KIST, 난분해성 플라스틱 생분해 효소 개발…쓰레기 매립지 문제 해결 이끈다

생분해 전후 폴리에틸렌 표면.
생분해 전후 폴리에틸렌 표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원장 오상록) 연구진이 미생물 유래 효소로 일상생활에 주로 쓰이는 플라스틱 소재 '폴리에틸렌'을 생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2030년경 국내 공공 매립시설 중 절반이 포화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희소식이다.

KIST는 안정호 청정에너지연구센터 박사팀이 이같은 성과를 거뒀다고 8일 밝혔다.

폴리에틸렌은 매년 생산 플라스틱 중 35%를 차지하는 난분해성 플라스틱이다. 보통 버려진 후 태양광에 산화된 형태로 존재하는데, 연구팀이 이 산화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효소를 최초 발굴했다.

연구팀은 합성고분자인 폴리에틸렌과 화학적으로 유사한 지질을 분해하는 효소를 유력 후보로 꼽았고, 이후 합성생물학으로 '펠로시누스 퍼멘탄스 리파아제 1(PFL1)'을 발굴했다.

혐기성 세균인 펠로시누스 퍼멘탄스에서 유래한 이 지질 분해 효소를 폴리에틸렌에 처리한 결과, 생분해 정도를 나타내는 중량평균분자량이 44.6%, 수평균분자량이 11.3% 감소했다. 전자현미경으로 분해된 폴리에틸렌 표면 찢어짐·갈라짐 발생도 관찰할 수 있었다.

기술개발 연구진이 폴리에틸렌 분해 효소를 정제하고 있다.
기술개발 연구진이 폴리에틸렌 분해 효소를 정제하고 있다.

연구팀은 PFL1·폴리에틸렌 간 상호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해 폴리에틸렌 생분해 메커니즘도 최초 규명했다. PFL1 효소가 폴리에틸렌 표면에 강하게 결합해 폴리에틸렌을 작은 조각으로 분해하는 것을 확인했다.

PFL1 효소는 기존과 달리 재생가능한 원료로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유독 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또 생분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알코올, 카복실산 등은 플라스틱 재합성이나 화학 소재 생산에 활용될 수 있다.

안정호 박사는 “이번에 새로 발굴한 효소는 난분해성 플라스틱 폐기물의 생분해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기술 상업화를 통해 포화상태에 이른 쓰레기 매립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순환경제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 지원을 받아 KIST 주요사업, 창의형 융합연구사업 및 원자력 연구개발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바이오소스 테크놀로지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