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최고 연구 성과를 창출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는 세계적(월드 클래스) 선도형 연구기관으로 도약하겠습니다.”
이희승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신임 원장은 “세계적 최초, 최고 연구를 추진하고 성과를 거두는 것은 연구자나 연구기관이라면 기본으로 가져야 할 목표”라며 “원내 연구역량을 혁신하고 글로벌 협력 연구를 강화해 KIOST를 세계 최고 종합 해양 연구기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해양 기후변화 대응과 해양바이오를 KIOST가 세계를 선도할 연구 분야로 꼽았다.
해양 기후변화 연구에서 KIOST는 해양탐사선 '이사부호'를 비롯해 세계적 수준의 첨단 연구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해양바이오는 정부 발표 30조원 규모 해양수산 신산업 시장 육성 로드맵의 핵심 분야이고 KIOST 또한 수십년간 축적한 연구 성과를 토대로 다양한 실용화 성과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 성과는 연구원 개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협력 융합연구가 필수”라며 “KIOST는 협력 융합연구에 첨단 연구지원 인프라를 결합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취임 3개월차를 맞은 이 원장을 KIOST 본원에서 만났다.
-전임 강도형 원장이 해양수산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부원장으로서 5개월간 원장 직무를 대행하고 이어서 원장으로 취임했는데 소회는.
▲영광스럽고 가슴 벅차게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무거운 소명감과 책임감도 함께 느낀다. 무엇보다 부원장 시절 전임 원장과 뜻을 같이하고 함께 추진해오던 일들이 자칫 방향타를 잃고 좌초될 수 있다는 생각이 도전 의식으로 작용했다. KIOST 발전을 위해 이전부터 해왔던 일들을 원장으로서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간절하다.
-취임사에서 세계적 연구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선도형 연구'를 강조했다.
▲선도형 연구라는 말 자체는 오래된 표현이지만 그렇다고 그 의미까지 퇴색하지는 않았다. 수준급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늘 부족함을 느끼고 또 도전하는 게 연구자의 자세다. 후배들에게 이를 다시 상기시키고 싶어 취임 당시 선도형 연구를 강조했다. 그 첫 걸음은 내부 연구역량 혁신이고, 연구역량 혁신의 필요조건은 단연 사람이다. 우수인력 유치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현재 KIOST가 선도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기후변화 대응 연구다. KIOST가 보유한 해양 기후변화 연구 인프라는 단연 국내 최고라고 자부한다. 그중에서도 대양종합연구선 이사부호는 세계적 연구기관이 공동 연구를 희망할 정도로 우수한 연구자원이다. 이사부호를 활용해 우리나라에 미치는 태풍 발생 기인을 연구한다거나 인도양 열대해역 대기에서부터 수심 4000m까지 동시에 관측 가능한 계류관측선을 설치해 연속 관측자료를 확보하는 등의 연구는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해양바이오 분야도 해양수산 신산업 창출에 필요한 실용화 성과를 많이 내고 있다. 해양미세조류 '스피룰리나'에서 추출한 기억력 개선 소재가 식약처로부터 개별인정형 원료로 인증 받아 실제 제품에 활용되고 있다. 이 소재를 이용해 소태아혈청을 대체할 수 있는 동물세포배양액(SACCS)을 새롭게 개발한 사례도 있다. 해양 생물독, 단백질,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의약 및 기능성 소재 개발에 필요한 기능성 해양 화합물 탐색과 응용기술 개발 연구도 수행 중이다.
-기후변화는 국민 체감도가 높은 이슈다. 바다에서 벌어지는 일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이해하고 관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해양생물의 생존이 인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KIOST는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해양재난의 선제적 관리와 대응을 위해 연구 인프라와 함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기술을 융합해 해양관측, 예측, 정보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는 등 연구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물론 우리만의 역량으로 모든 해법을 내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분야에서 복합적인 관점으로 기후변화를 바라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분야를 막론하고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 융·복합이 화두인 것과 같은 맥락인가.
▲AI만 해도 이제는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고 이는 연구 현장도 마찬가지다. 미래 과학기술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해양분야도 첨단 기술을 도입하고 다른 과학기술 분야와 융합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앞서 관측에 따른 예측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방대한 양의 해양 빅데이터는 국가 과학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자원이다. KIOST는 지난해 해양디지털자원부를 별도로 설치해 해양 데이터 자원의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학계와 산업계뿐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품질 해양 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융합 연구를 위해 외부 연구역량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는 뜻인지.
▲물론이다. 이제는 자기 연구 분야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 전문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저 자신만 해도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해양분야 연구에 평생을 몸담게 됐다. 그래서 기존 틀에 묶여 있기보다 다른 분야를 받아들이는 데 유연하지 않나 싶다. 실제로 예전에 KIOST에서 유일하게 우리 팀에서 약학박사를 영입한 적도 있다. 다만 그 와중에도 KIOST의 고유 정체성인 해양과학에 대한 가치는 늘 중심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해양 분야는 글로벌 연구협력이 중요할 텐데 KIOST의 국제협력 현황은.
▲해양과학 연구는 본질적으로 국제성을 띤다. 바다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 세계 해양수산 관계자들이 지혜를 모으고 이러한 논의를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KIOST는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미크로네시아, 미국, 영국 등 6개국에 해외 연구센터와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카리브 국가연합(ACS)이 모여 있는 해역에 KIOST의 7번째 해외 연구거점인 '한·ACS 해양과학공동연구센터' 설립을 준비 중이다.
-글로벌 해양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나라는 한국 최초 해양연구전용선 온누리호가 취항한 1992년부터 국제공동 연구에 적극 참여해왔다. 나아가 글로벌 해양 외교에서 KIOST가 우리 정부 대표를 보좌하거나 대표해온 사례가 몇 가지 있다. 한국은 1993년 2월 유네스코 회원국 정부간해양학위원회(IOC) 집행이사국에 피선된 이후 현재까지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KIOST 전임 원장인 변상경 박사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IOC 의장으로 활동했다. KIOST 유신재 박사는 2020년 아시아권 국적을 가진 인물로는 최초로 국제해양연구위원회(SCOR) 의장으로 선출돼 활동하고 있다.
-KIOST를 중심으로 여러 해양수산 관련 공공기관과 관계기관이 부산 영도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에 모여 있어 KIOST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
▲이곳 해양클러스터에는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국립해양박물관, 국립해양조사원 등 17개 해양수산 관련 기관이 모여 있고 이 중 규모가 가장 큰 KIOST가 기관장 협의회 회장기관으로서 사무국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해양클러스터 기관들이 함께 참여하는 실질적 교류협력 사업이 조금 부족했다고 본다. 올해부터 좀 더 실질적인 협력 강화를 위해 공동 문화행사를 개최해 지역사회에 공헌하고자 한다. 공동으로 홍보, 안전, 취업박람회 개최 등 협의회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도 지속적으로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해양과학기술 전문 인력양성 담당 부서인 KIOST스쿨장을 맡는 등 해양인재 양성에도 힘써왔는데.
▲KIOST스쿨에서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를 비롯해 한국해양대학교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해양과학기술전문대학원(OST), 전국 대학과의 학·연 협동 대학원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KIOST의 석·박사 과정이 일반 대학 대학원과 다른 점은 우수한 연구시설과 첨단 장비 인프라를 통한 체계적인 현장 실습, 박사급 연구진들과 다양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직접 참여하며 협업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 이공계 학부생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비롯해 해군 장교와 부사관,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KIOST 구성원들을 위한 약속은.
▲무엇보다 안전을 기관 운영의 최우선 가치로 설정하고 안전한 일터를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그 기반 위에서 실적이 우수한 연구책임자에 대한 대우와 부서별 특성에 맞는 공정하고 투명한 성과평가 제도를 도입해 구성원의 업무능률 향상에 기여하겠다.
-지난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KIOST에 대한 지역사회와 학계, 산업계의 기대가 크다. 앞으로의 각오는.
▲반세기 동안 KIOST가 쌓아온 자랑스러운 연구성과와 자산, 역대 원장들과 선배들이 쌓아온 빛나는 역사를 발판 삼아 변화와 혁신을 바탕으로 KIOST가 세계 최고의 해양 연구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나라 유일의 종합 해양과학 연구기관으로서 KIOST가 우수한 연구 인프라, 최고의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응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KIOST의 새로운 100년을 함께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
〈이희승 원장은〉
1965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유기화학 석·박사를 받았다. 2000년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 입사해 해양생명공학연구센터장, KIOST스쿨장, 부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 5월 27일자로 KIOST 제12대 원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4년이다. KIOST에서 해양생물자원 연구로 약 120편의 논문을 출판했다. 40여건의 특허 등록을 바탕으로 기술이전 등의 성과를 냈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교수, 한국해양바이오학회장, 부산광역시 과학기술진흥위원회 위원을 맡는 등 대외 활동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부산=임동식·노동균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