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가 친환경적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제조 공정 도입을 추진한다. MLCC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줄여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고도화하는 게 목적이다. MLCC는 삼성전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으로 2026년 이후 신공정 상용화가 예상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MLCC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기용제를 물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서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부품으로, PC·스마트폰·서버·전기차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MLCC 제조는 세라믹 파우더와 유기 재료로 구성된 시트 위에 전극을 인쇄하고, 이를 최대 600층으로 적층하는 공정을 거친다. 시트는 에탄올과 톨루엔 등 유기용제를 파우더와 혼합해 슬러리 형태로 반죽해 만든다.
유기용제를 쓰면 슬러리 반죽이 용이하지만, 이후 유기재료를 휘발·분해하는 열처리 과정에서 대량의 탄소가 발생한다. 기존 공정의 최대 단점이다. 해당 공정에서만 연간 7만톤의 탄소가 배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는 MLCC 유기용제를 물로 대체하기로 했다. 유기용제 대신 물을 사용할 경우 기존 공정과 동일한 물성 확보가 관건이다. 유기재료 없이 고체와 액체가 섞인 걸쭉한 슬러리를 만드는 게 어려워서다. 초소형 MLCC를 제조하려면 시트를 얇게 펼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삼성전기는 친환경 공법용 신규 유기재료와 분산공법 연구개발(R&D)로 1마이크로미터(㎛) 수준의 박층 시트를 구현했다. 이 시트를 연구소 단계에서 100층 이상 적층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 파일럿 생산을 위한 요소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는 친환경 공정이 적용된 MLCC 시제품을 내년 생산하는 게 목표다. 본격 양산 시점은 2026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같은 MLCC 공정은 기술 난도가 높아 전 세계적으로 아직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기가 양산에 돌입하면 글로벌 MLCC 1위 제조사인 일본 무라타를 제치고 상용화에 처음 성공한 기업이 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라며 “MLCC는 삼성전기 주력 사업 제품으로 생산량이 많은 만큼 기술이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 달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