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수가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회복했음에도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오는 10월 인천국제공항 확장 공사가 완료되는 가운데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임대료 폭탄과 마주하게 됐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신세계·현대면세점은 2분기 부진한 실적을 제출했다. 3사 모두 외형 성장에 성공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지난해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의존도를 낮추며 개선한 수익성은 원점으로 회귀했다. 신라면세점은 2분기 영업이익 7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83.8%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이익이 78.6% 감소한 86억원에 그쳤다. 현대면세점은 영업손실 39억원으로 적자 폭이 더욱 커졌다.
이같은 변화는 인천공항 입점 효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7월 인천공항에 입점한 3사는 임시 매장 형태로 운영하다가 현재 대부분 정식 매장으로 전환한 상태다. 임시 매장은 매출에 비례해 임대료를 책정하는 영업요율 방식이지만 정식 매장은 여객수에 비례해 책정하는 여객 당 임대료 방식을 적용한다.
여객 당 임대료 방식은 지난해 입찰 당시 인천공항공사가 새롭게 제시한 기준으로 각 사가 써낸 투찰 금액에 여객 수를 곱해 매달 임대료를 산정한다. 정식 매장 전환이 가속화되는 만큼 임대료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여객 수가 매출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여객 수는 614만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대비 98.5% 수준까지 회복했다. 사실상 완전한 엔데믹에 이르렀지만 면세점 매출은 제자리다.
지난 6월 데이터를 비교해보면 이같은 상황이 극명히 드러난다. 6월 인천공항 여객 수는 577만명으로 작년 동기 대비 25.0% 늘어났지만 전체 면세점 매출은 1조1996억원으로 1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면세점을 찾은 방문객 수 또한 236만명으로 30.2%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관광객 수와 매출이 비례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천공항은 오는 10월 중 4단계 확장 공사를 마칠 예정이다. 면세점 영업 면적이 넓어지면서 임대료 부담 또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면세업계는 전체 매장을 임시에서 정식으로 전환하는 시점을 내년 초로 보고 있다. 여객 수가 늘어날 수록 손실만 커지는 상황인 만큼 수익성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인천공항에서 철수한 롯데면세점 상황도 녹록치 않다. 롯데면세점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고강도 사업 구조 개선에 나섰다. 지난 2022년 이후 두 번째로 임직원 희망 퇴직 신청도 받고 있다. 면세점 빅4 모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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