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아이를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입학시킬 생각이었는데 최근 자사고만의 특별한 장점이 없는 것 같아요. 자사고 대신 지역 명문 일반고 입학을 고민 중입니다.” (학부모 A씨)
“이공계 인재 육성이 점점 중요해지면서 과학 교육 활성화와 이에 따른 수요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높아지는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맞습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특수성을 가진 고교의 존립이 상반된 양상을 보인다. 일반고 강제 전환에 소송까지 불사했던 자사고들이 잇달아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는 반면,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과학·영재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이화여대 사범대학부속 이화금란고등학교(이대부고)는 자사고 운영을 포기하고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이대부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서울에서 자발적 일반고로 전환되는 11번째 자사고가 된다.
이대부고의 2024학년도 입학 경쟁률(일반전형)은 0.93대 1을 기록했다. 신입생이 미달됐다는 의미다. 2023학년도 대비 자사고 입학 경쟁률이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과학·영재고에 비해 경쟁률은 낮다.
2024학년도 서울 자사고 지원 현황에 따르면 하나고를 제외한 16개 자사고 중 가장 경쟁률이 높은 곳은 배재고로 1.70대 1을 기록했다. 이어 이화여고(1.61대 1), 세화고(1.59대 1), 선덕고(1.58대 1), 보인고(1.56대 1) 순이다. 가장 낮은 경쟁률을 보인 곳은 대광고(0.66대 1)로 대다수의 자사고가 2대 1의 경쟁률을 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무엇보다 자사고 이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크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이 늘면서 내신 관리가 어려운 자사고보다 일반고 선호도가 높아졌다. 자율형 사립고라는 명칭처럼 각 학교의 자율적 교육과정이 장점이었지만 자율성이 낮아진 측면도 영향을 미쳤다. 2021년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동성고의 전환 배경도 교육과정 자율권 회수, 학생생활기록부 블라인드 처리 등 자사고가 누리던 특수성과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사고에서의 내신 준비가 어려웠던 점이 있고, 학교의 자율권도 없어졌다”며 “지난 정부에서 자사고 폐지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오면서 학교가 사라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지금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과고·영재고 선호도는 높아지는 추세다. 정부의 첨단분야 지원이 확대되고, 이공계열 진학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과학고나 영재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수요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24학년도 서울권 과학고 경쟁률은 4.32대 1을 기록했다. 수도권 5.49대 1, 지방권 2.77대 1로 과학고의 평균 경쟁률은 3.49대 1이다. 영재고 경쟁률은 더 높다. 2024학년도 전국 영재고 경쟁률은 평균 5.86대 1을 기록했다. 의대 증원 요인에도 2025학년도 영재고 평균 경쟁률은 5.96대 1로 소폭 상승했다.
지자체에서는 과학·영재고 유치전이 한창이다. 경기도는 경기도교육청 교육감이 직접 필요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유치에 나서고 있다. 광명, 성남, 안산, 용인, 이천, 화성 등 경기도 내 유치 경쟁이 활발하다. 충청북도는 교육감과 도지사가 영재고 유치를 위해 직접 뛰고 있다. 광주시는 지난 4월 GIST 부설 AI영재고 설립 부지를 확정하고, 2026년까지 건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인공지능(AI) 산업 기반의 인프라 필요성을 느껴 지자체 최초 AI사업을 탑재했고, AI데이터센터, AI집적단지 조성 등 AI 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을 계속해왔다”며 “이 사업 중에는 인력양성 사다리를 구축하는 내용이 있어 영재고 유치도 AI 기반 마련 사업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