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사업자, 벤처등록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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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사업자가 벤처기업인증 대상에서 제외돼 논란이다.

암호화폐거래소 뿐 아니라 디지털월렛, 커스터디 사업 등 사행성과 거리가 먼 신사업 추진 기업까지 '가상자산'이라는 족쇄에 묶여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벤처인증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이미 벤처인증을 받은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 인증 심사도 진행되고 있다.

11일 벤처기업협회 및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벤처기업 중 가상자산사업자(VASP)로 신고된 5곳 업체에 대한 벤처 인증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다. 해당 기업들은 이미 취소됐거나 소명 절차를 거친 후 최종 취소 여부가 결정된다. 벤처기업인증을 이미 받았지만, 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을 부여받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획일적으로 제외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은 정부가 벤처인증까지 내어주고 뒤늦게 가상자산사업자라는 모호한 규정을 적용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벤처기업협회 확인심의팀은 현행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를 벤처 등록 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실제 현행법상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에 해당한다. 2018년 10월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은 벤처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업종(제2조의 4관련)에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을 명시했다.

당시 투자과열·유사수신·자금세탁·해킹 등 불법행위 등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면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벤처기업으로 지정해 혜택을 주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가상자산 사업 형태 및 규모가 다양해진 현재에도 일률적인 규제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가상자산사업자는 거래소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술 기반 가상자산을 보관·관리와 이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갑 서비스, 수탁 사업 등을 포함한다. 다만 통계청 한국표준산업 분류상 모두 가상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간주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모든 가상자산사업자는 벤처인증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려다 포기한 가상자산업 대표는 “사행기업이라는 과거 기준으로 가상자산사업을 판단하는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처사”라며 “벤처기업인증을 받으려고 했지만 오히려 이미 인증받은 기업까지 취소통보하고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벤처정책과 관계자는 “그간 가상자산에 대한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벤처 인증을 내주는 데 부담이 있었다”면서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제정에 따라 시행령 개정 필요성에 대해 내부에서 종합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시행령 개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이민형 벤처기업협회 정책연구팀장은 “사행성이라든지 문제가 되는 부분은 벤처인증 심의 과정에서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사업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현시점에서 벤처 예외 업종으로 지정해 일률적으로 규제할 필요는 없다”고 짚었다.

벤처기업 인증은 기술 기업이 세제·금융·특허 및 정책자금·신용보증 등 혜택과 더불어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한 절차로 꼽힌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벤처인증 불허의 가장 큰 문제는 가상자산업 투자 생태계 조성을 못 한다는 것”이라며 “산업 육성을 위해선 벤처기업 제외 항목에 대한 시행령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