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3사의 사업 재편을 의결하는 임시 주주총회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주주들의 반발이 여전하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제동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두산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합병 당위성 설명 하는 등 설득 작업에 나섰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은 오는 9월 25일 각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재편안에 대해서 의결한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던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뒤 합병하는 것이 사업 재편안의 핵심이다.
임시 주총까지 40여일 남은 가운데 두산의 사업 재편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업 재편안을 두고 주주들이 반발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합병 비율이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은 1대 0.63으로 책정됐다.
두산로보틱스는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적자를 기록한 반면 두산밥캣은 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다만 교환 비율이 자본시장법상 시가총액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시가총액이 큰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이 높다. 즉,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서는 적자 기업과 합병되는데 주식까지 적게 받게 되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우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던 두산밥캣을 떼어내 배당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사업재편을 통해 두산 지분이 14%에서 42%로 크게 확대되는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주주들은 손실이 발생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자본시장법의 상장 회사 합병 비율 조항을 최대로 악용한 사례”라며 “두산은 밸류업에 얼음물을 끼얹고 있다. 이것이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밝혔다.
두산 3사가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들과 소통에 나섰지만 상황은 여전하다. 지난 6일 금융감독원의 요구에 따라 제출한 분할·합병 관련 정정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논란이 되고 있는 합병 비율은 바뀌지 않아서다. 이에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역행하는 두산의 약탈적 자본거래 반대에 관한 청원'이 올라오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금감원의 행보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는 게 감독원의 합의된 입장”이라고 밝혀 두산의 사업 재편에 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주식매수청구원은 합병·분할 등 주총 특별결의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 측에 보유 주식을 정당한 가격으로 되사달라고 청구하는 권리로, 청구권 행사 규모가 회사 매수 한도를 넘어설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도 있다.
두산 관계자는 “각 사 비즈니스 밸류를 높여서 주주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깊은 고민과 검토 끝에 내놓은 사업 재편 방안인데 예상과 다른 시장 반응이 나와서 여러 경로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봤다”면서 “이번 사안의 가장 당사자인 주주들에 대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이번 서한을 비롯해 주주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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