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종영한 드라마 '졸업'에서 대치동 학원 원장이 스타 강사의 이직을 염려하는 장면이 나왔다. 원장은 강사 이직으로 학원 수강생이 줄어들 것을 걱정하며 처우 개선 제안을 한다. 드라마 한 장면이지만 중소기업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다.
중소기업은 유능한 직원 퇴사 시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의 손실로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는 개인의 이직을 회사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대기업은 소위 '시스템'에서 돌아간다고 말한다. 기업 내부에 개별 직원이 갖고 있던 지식과 역량을 쌓고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는 것이다. 협업 솔루션부터 전사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등 다양한 기업용 솔루션으로 지식과 역량을 기업 내부에 내재화한다. 직원이 인사 이동을 하거나 이직해도 큰 무리 없이 돌아갈 수 있는 구조다.
지란지교소프트가 최근 기업 정보기술(IT) 담당자 1000명을 대상으로 IT 활용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내 중소기업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메일과 메신저에 의존해 업무를 진행했다. 기업 내 지식을 쌓고 공유하는 협업 솔루션의 활용도는 낮았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예산의 제약으로 경험과 노하우가 개인에게 집중된 경우가 많다. 유능한 직원이 퇴사하면 그동안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사라지면서 생산성이 떨어진다. 특히, 중요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나 고객 관리와 같은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이직은 회사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제품과 서비스 개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의 사업 혁신을 위해서는 기존에 축적된 노하우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회사 전체의 지식과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공유해야 기업 혁신 역량이 높아진다. 중소기업 내부 지식의 체계적 관리가 이뤄지면 생산성 향상과 지속적인 혁신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정보와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기업 문화와 조직, 사고방식의 변화를 수반하는 혁신의 과정에서 솔루션 도입은 필수다.
이 때 중소기업 상당수는 조직 구성원의 반발에 부딪힌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낯선 체계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런 작업 없이도 업무가 문제없다는 의견과 업무가 가중된다는 불평이 늘어난다. 대부분 기업들이 이런 문화적 저항에 시달린다.
하지만 기업 지식을 효과적으로 모으고 체계화하는 것은 결국 솔루션, 특히 '협업 솔루션'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협업 솔루션은 팀원 간의 정보 공유와 소통을 도와 조직 내 지식의 축적과 전파를 촉진한다. 프로젝트 관리, 문서 공유,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 팀워크를 강화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 협업 솔루션 도입은 단기적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원한다.
그런데 일부 솔루션은 복잡하고 어려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환경(UX) 때문에 도입 시 직원들의 더 큰 반발을 가져오기도 한다. 설문 조사한 기업 중 25%는 직원 한 명이 기업용 솔루션을 관리한다. 솔루션을 제대로 교육할 인력도 없는 셈이다.
중소기업은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면서 기업 내부 정보와 노하우를 효과적으로 축적해 분석해야 한다. 보안은 필수다. 이 때 기업은 내부 실정에 맞게 직원들이 별도의 교육을 받지 않아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택해야 한다. 중소기업의 상황을 이해하는 지원 체계를 갖춘 서비스를 고려하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솔루션 초기 도입 시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의 변화 의지다. 대표부터 정보와 데이터를 공개하고 분석해 내재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박승애 지란지교소프트 대표 psa@ji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