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12일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를 관저로 초대해 만찬을 대접하고 체코 원전 수주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와 금융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경험 등을 전하며 윤 대통령을 격려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오늘 저녁 6시 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 대통령 관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와 만찬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이 전 대통령과의 첫 공식 만찬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말 신년 특별사면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사면·복권했고, 지난해 8월 선친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별세했을 때 빈소를 조문한 이 전 대통령을 만나 대화를 나눈 바 있다.
만찬에는 김건희 여사와 김윤옥 여사도 참석했다. 현 대통령비서실장이자 이명박 정부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정진석 비서실장 부부도 함께 했다.
최근 지속되는 폭염 이야기를 시작으로 올림픽과 원전, 기업, 당정 관계 등 폭넓은 대화가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재임 시절 2008 베이징·2012 런던올림픽 때 역대 최다 13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번에도 공교롭게 13개 역대 최다 금메달을 딴 공통점이 있다”며 “파리 올림픽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둔 태극전사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또 지난 5월 UAE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대통령 방문을 떠올리며, 모하메드 대통령에게 “한-UAE 관계가 이렇게 좋은 것은 이명박 前 대통령께서 초석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말하자, 모하메드 대통령이 “맞다”고 크게 공감한 일화도 소개했다.
이에 이 전 대통령은 2009년 12월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수주 당시 수출경험도 없고 열세였던 한국이 신뢰와 우정으로 역전 드라마를 쓰게 된 회고담을 전했다. 또 한국과 UAE 관계가 지난 정부 때 위기에 놓였던 상황을 우려감으로 지켜봤고, 윤석열 정부가 그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 역시 지켜봤다며 “이번 (윤석열 정부의) 24조원 체코 원전 수주(우선협상대상 선정)는 엄청난 쾌거”라고 높이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께서 UAE 바라카 원전 건설을 수주한 것이 토대가 돼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사업에서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성과를 낸 것”이라고 화답하며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회의 극단적인 여야 구도 속에 국민의힘은 야당이나 마찬가지”라며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당정이 하나가 돼 똘똘 뭉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난관을 헤쳐 나가는 길은 대동단결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미국, 일본, 중국과 300억달러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며 위기 극복이 가능했던 이야기와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만찬에는 이 전 대통령이 좋아하는 한우갈비구이, 갓 지은 솥밥, 소고기된장찌개가 올랐다. 반찬으로 굴비구이, 잡채, 해물전, 호박전과 전채로는 대하, 전복 잣즙냉채, 단호박죽, 디저트로는 과일이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특히 이 전 대통령 부부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직접 고르기도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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