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계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스페셜티(고부가가치 소재)의 비중을 높인 업체들은 2분기에 흑자 폭을 키웠다. 반면 범용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빠른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12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과 DL케미칼이 2분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금호석화는 2분기 119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7%, 전 분기와 비교해도 51.6% 늘었다. DL케미칼은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하면서 211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 분기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양사의 호실적 배경으로 스페셜티가 꼽힌다. 금호석화는 NB라텍스의 매출이 늘어 질적에 영향을 미쳤다. 해당 제품은 타이어용 합성고무, 의료용 고무장갑 원료로 사용된다. DL케미칼은 수년전부터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판매량이 늘어났고 폴리부텐(PB)과 카리플렉스도 높은 수익을 창출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111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기초화학에서 13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이 뼈 아팠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손실 174억원을 기록하며 3분기 연속 적자다.
양사의 경우 범용 석유화학 비중이 높다. 특히 롯데케미칼의 경우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이 절반에 이른다. 올레핀, 범용 폴리머 등을 주력 상품들이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대 수출처인 중국에서 범용 제품 자급을 넘어 공급과잉 사태가 불거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구환신 정책 등 경기 부양책의 효과가 미미하고 중동까지 석유화학 분야에 투자를 하고 있어 향후 범용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스페셜티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범용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은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 추진을 통해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순위 및 리스트업은 대략적으로 완료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의 전략사업단위별 명확한 방향 설정으로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부가 합성수지(ABS) 확대로 석유화학 부문 흑자전환에 성공한 LG화학도 태양광용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 등 친환경 스페셜티 개발 및 확대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금호석화도 합성고무를 중심으로 한 스페셜티 제품을, DL케미칼도 POE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꾀하고 있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과잉 공급이 해소되지 않고 중동 공장이 본격적으로 돌아가게 되면 범용 제품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라며 “고부가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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