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대학 재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대학 내 유일한 영리 조직인 기술지주회사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공학대와 강원대 기술지주회사는 중기부 기술창업 프로그램인 '팁스(TIPS)' 운영사로 선정됐다. 대학 내 기술창업 기업을 발굴하고, 유망한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직접 투자도 가능하다.
기술지주회사는 대학의 산학합력단이 기술사업화 등을 목적으로 만든 대학 내 회사로, 대학이 보유한 특허나 연구 기술을 출자해 수익을 낸다. 대학에서 나온 연구물을 기술사업화를 통해 상용화 하고, 그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대학은 왜 기술지주회사를 만들까. 서울 한 사립대 기술지주회사 관계자는 “대학에서 유일하게 이윤을 낼 수 있는 곳이 기술지주회사로 대학이 교육과 연구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사업화 하는 수밖에 없다”며 “100% 산학협력단 투자로 설립됐기 때문에 기술지주회사에서 발생한 자금이 대학이 투자되고 연구에 필요한 마중물이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에서는 일찍부터 기술이전·사업화 전담조직을 만들어 기업 설립과 투자를 함께 진행했다. 영국은 1985년부터 대학의 연구 성과물 관리를 위해 전담조직을 세우고 운영했다. 미국은 스탠퍼드 대학은 이미 2000년대 초반 대학에 자회사 수십 개를 설립해 수입을 올렸다.
국내에서 최초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한양대로 2008년 7월 설립인가를 받았다. 이어 서울대가 같은 해 10월 기술지주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대학에 약 80개 기술지주회사가 설립돼 있다. 연합형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참여한 대학까지 포함하면 100여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 설립에 참여하는 셈이다.
기술지주회사가 늘어난 만큼 전담인력이나 자본금도 늘었다.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의 '2022 산학연협력기술지주회사 운영현황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술지주회사 전담인력 수는 250명으로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2018년 165명에서 2019년 188명, 2020년 190명, 2021년 225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22년 기술지주회사 총자본금은 2291억6000만원으로 전년 대비 4.2%(2198억6000만원) 증가했다.
규모 면에서 양적 성장을 이뤄온 만큼 이제는 질적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내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지훈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 사무총장은 “기본적으로 지주회사의 원래 취지는 대학의 연구 성과의 상용화가 어렵다 보니 직접 창업을 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무국장은 “기술지주회사의 질적 제고를 위해 민간과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고, 대신 사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