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환자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어려운 경우 희귀질환으로 지정·관리한다. 현재 총 1000여개 병이 희귀질환으로 지정돼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치료법 개발은 물론 치료제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희귀질환을 담당하는 의사는 더더욱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특정 희귀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소수인데,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 환자는 소외되거나 아픈 몸을 이끌고 대도시로 올 수밖에 없다.
메디사피엔스는 희귀질환의 '보편적 진단·치료'를 목표로 하는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이다. 의사들이 놓치기 쉬운 희귀질환을 독자 개발한 AI를 활용해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한다. 특히 신생아 희귀질환 진단에 집중, 지역·필수의료 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메디사피엔스가 개발한 유전체 해석 AI '메디 CVi'는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을 통해 도출한 유전체 데이터에서 유전자 변이를 검출하고, 변이의 병원성 평가뿐 아니라 의심 질환 우선순위까지 제공한다. 기존 유전체 분석 서비스는 변이 여부만 알려줘 질병 연관성 등 임상적 해석은 의사가 직접 내려야 하지만, 메디 CVi는 이 결과값까지 모두 제공하는 게 차별화 요소다.
최신 버전인 메디 CVi 2.0은 265개 변이 유전자를 골라내 220개 희귀질환 가능성을 알려준다. 갈락토오스혈증, 고빌리루빈혈증, 뮤코다당질축적증, 선천성근무력증, 파브리병, 윌슨병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차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과 협업해 2년간 실증사업도 마쳤다.
이같은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많지 않기에 시장성이 떨어져 진단이나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지 않은 영역이다. 연구 논문도 부족하다 보니 의사가 최종 진단까지 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마저도 수도권 대형병원에 와서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메디사피엔스는 지방병원에서도 신생아 희귀질환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고가의 외산 유전자 분석 장비나 솔루션 없이도 국산 AI 시스템만으로 지방에서도 소아 희귀질환을 조기에 발견, 신속하게 치료계획을 세우는 '보편적 의료환경' 구축이 목표다.
이를 위해 메디사피엔스는 최근 '메디 CVi'와 희귀질환 진단 시약키트를 결합한 '데미솔' 솔루션에 대해 연구목적용 산업통상자원부 혁신제품으로 지정받았다. 혁신제품 시범구매 제도를 활용해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해 희귀질환 진단의 지역 격차를 해소할 계획이다. 정부가 권역별 희귀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신생아 희귀질환은 무조건 서울로 가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성문우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희귀질환은 희소성으로 인해 진단이 어렵고, 유전변이와 질환관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가 여전히 진행 중이기 때문에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상당히 노동집약적 작업”이라며 “이러한 과정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면 지역병원에서도 관련 정보를 빠르게 파악해 진단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