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 트럼프 미국 대통령 후보의 '비트코인 슈퍼 공화국' 발언에도, 비트코인 강세는 '1일 천하'로 끝나고, 그 후론 증시 등락과 관계없이 하락·상승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는 민주당의 유력 후보인 해리스의 '비트코인관(觀)'이 트럼프와 달리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는 데다 마운트 곡스의 상환압력, 연초 대비 두 배 상승에 따른 매도압력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관심은 향후 행보다. 시장 의견은 '당분간 약세 불가피'와 '강력 랠리'로 나뉜다. 전자는 월가의 투자분석기관인 울프 리서치와 가상화폐 분석가인 마이클 반 데 포페 등이 대표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비트코인의 반감기와 같은 상승촉매제가 일단 고갈됐다는 의견이다. 저항선을 뚫지 못하면 7000만원대를 하회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후자는 미키불 크립토가 대표적이다. '비트코인과 글로벌 유동성 지수의 상관관계가 강력해서 약 2억원까지 급등하는 강력하고 장기적인 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한다.
어떤 의견이 맞을까. 귀신도 모른다는 주가보다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비트코인) 가격이라고 보면, 단기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선 후보인 트럼프가 강력하게 비트코인을 밀고 있는 데다 해리스와 박빙이어서, 되레 정치변수에 따른 위험이 생겼다는 생각이다. '단기 약세'에 한 표를 던지고 싶고, 시장도 '당분간 약세 조정' 의견이 많은 것 같다.
따라서 오히려 시장의 관심은 조정 이후 중장기 전망이다. 어떻게 될까. 우선 재미있는 건 7000만원대 이하로 갈 수 있다는 약세 의견 중에 과거 1~2년 전처럼 비트코인 가격이 '제로'가 될 수 있단 극단적 전망은 사라졌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한마디로 전통적 금융권의 신수요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올해 1월 초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 수요가 바로 그것. 현재 비트코인 현물 ETF의 총운용자산은 80조 원으로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5.3%다. 미국의 기관투자가 포트폴리오(약 6경원)의 1%만 편입돼도 무려 600조원의 신규 수요가 창출될 수 있다. 올해 예상하는 신규 수요가 500억~2000억달러, 평균 1250억 달러(170조원)라고 하면, 이것만도 비트코인 시가총액의 11.3%다. 따라서 비트코인 현물 ETF 규모가 커지면, 비트코인과 ETF가 상장된 증시와의 연결성·영향력도 커져서, 비트코인 정책도 그만큼 신중해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자칫 '반(反) 비트코인 정책'이 비트코인 가격폭락에 이어 펀드 가격의 도미노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또 하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몰라도 최근 발표된 미국 SEC의 2분기 '13F 보고서(주식자산 1억달러 이상 대상)' 내용도 시장 분위기를 호전시키는 요인이란 생각이다. 이에 따르면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우리나라의 국민연금(1100조원 규모)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비트코인 총공급량의 1% 이상(22만5500개)을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라는 기업에 투자(460억원)함으로써, 우회적으로 비트코인 투자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간접적이긴 하지만, 위스콘신 연기금, 미시간 연기금과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이 비트코인에 투자한 셈이어서, 향후 연기금의 비트코인 투자 참여에 촉매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정치 리스크가 있다곤 했지만, 트럼프의 '비트코인 슈퍼 공화국'도 곱씹어볼 만하다. 그의 발언 요지는 비트코인을 원유, 금과 같은 전략적 비축자산의 위치에 두겠다는 것. 원유가 경제주체의 생산·소비에 있어 한순간도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산이 됐듯이, 비트코인도 미래엔 우리 경제의 필수 불가결한 인프라가 될 거라고 인식하고 있단 얘기다. 물론 대선을 앞둔 정치적 구호일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버티컬(수직적) 시스템의 대명사인 빅테크 플랫폼의 불공정 이슈가 제기되고 있고, 개인과 국가의 데이터 주권이 강조되고 직구·역직구로 대변되는 디지털 무역이 본격화될 거라고 보면, 수직적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블록체인과 같은 호라이즌탈(수평적) 접근이 중요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블록체인상에서 작동하는 '대표적 가상자산' 비트코인의 의미는 갈수록 커질 거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미국 달러가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인 반면, 가상자산의 교환수단이라 할 수 있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이미 98%로 압도적이다. 따라서 미국의 정부 부채가 무려 27조3800억달러(3경7236조원)로 매년 예산편성 때마다 국가 디폴트 얘기가 나오고 있는 점, 중국·일본 등의 미국 국채 매도압력 등을 고려하면, 미국 입장에선 달러패권 유지를 위해서라도 '전략적 비축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정책은 나름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