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도 어쩌겠어 좋으니까 사는거지.”
최근 본지가 보도한 '[단독]中 로봇청소기, 현지보다 국내서 최대 2배 비싸다' 기사에는 무수한 댓글이 달렸다. 견해는 대체로 반반이었다. '한국이 호구냐'며 분노하는 반응과 '중국이 더 잘 만드니까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 갈렸다.
비싼 국내 가격에 대해 국내 소비자 반응은 뜨거웠지만 정작 해당 제조사들은 침묵하고 있다. 지금도 여전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할인 마케팅을 퍼붓는 것과 상반된다.
중국 로봇청소기 제조사들은 왜 현지보다 한국에서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일까.
이는 시들해진 중국 현지 로봇청소기 열풍과 내수시장 침체도 한몫 한다.
정확한 숫자를 확인하긴 어렵지만 중국에는 100여개가 훌쩍 넘는 로봇청소기 브랜드가 난립해있다고 한다. 수년 전 로봇청소기가 인기를 얻으면서 앞다퉈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그 결과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일제히 경쟁하며 출혈이 심해졌다.
중국 내수시장 침체도 이들이 해외시장을 찾게 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은 지난해 23조달러(약 3경1303조원) 수준의 지나치게 높은 지방정부 부채, 낮은 생산자 물가(0.7%), 높은 청년 실업률(21%) 등으로 경기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국의 대형 부동산 개발사들에서 잇달아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경제 위기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수 침체와 소비 둔화 등으로 디플레이션 우려도 커졌다.
현지의 시들해진 로봇청소기 시장 분위기는 해당 제조사들의 주가에서도 알 수 있다.
로보락 주가는 지난 2021년 고점(616.33위안)을 찍은 후 2023년 218.32위안까지 하락했다가 현재는 200위안대다. 에코백스는 2021년 110.45위안, 2022년 135위안까지 올랐다가 현재 30~40위안대로 낮아졌다. 드리미와 나르왈은 비상장사다.
현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수가 어렵다보니 로봇청소기 업체들 중 문을 닫는 기업이 많아졌다”며 “과거에는 내수만으로 충분히 성장했지만 이제는 해외 진출을 하지 않으면 생존에 위기가 닥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온 중국 제조사들이 가장 가까운 한국을 타깃으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사업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을 간과하고 지나치게 판매에만 치중한다는 인상을 지우기가 어렵다.
열풍에 가까운 한국의 로봇청소기 인기가 결국 중국의 고가 정책에 가장 결정적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높은 가격으로 중국 제조사가 국내서 거둬들이는 수익만큼 국내 소비자에게 충분히 투명한 정보와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잘 청소하는 기능을 제외하면 국내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만한 지점을 찾기 어렵다. 내 개인정보가 해외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카메라 해킹 우려는 없는지 등 특히 보안 성능에 대한 잠재된 불안감이 크다.
국내 AS 망을 확충했다지만 여전히 전화 연결이 잘 안 된다거나 센터 접수 후 일주일이 넘도록 연락이 없다는 반응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가격이 비싼데 정말 10년은 믿고 쓸 수 있는지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들 제조사들은 높은 가격만큼 10년은 믿고 쓸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매출 확대가 아닌 한국 사용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