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인한 충격이 최근 20여년간 농림어업과 건설업 등 산업생산에 부정적 영향을 크게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가 경제학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산출한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BOK 이슈노트: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를 발간했다. 기온이나 강수량 등 이상기후 현상을 나타내는 지표인 기후위험지수(CRI)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정원석 한국은행 전북본부 기획조사팀 과장은 “우리나라 이상기후 지표를 개발하고 이를 통해 이상기후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이후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CRI 분석 결과 이상기후 현상이 최근 들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과 지속성은 계속해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이상기후 충격이 산업생산 증가율을 12개월 후 약 0.6%포인트(p) 하락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는 농림어업과 건설업에 부정적 영향이 컸다. 농림어업은 최대 1.1%p, 건설업은 0.4%p 성장을 하락시켰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은 적었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산업은 이상기후 충격으로 성장률이 상승했다. 이상기후로 인해 전기 및 가스 사용량이 확대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이번에 제시한 CRI는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행은 특히 강원과 제주 지역의 CRI가 전국 CRI 수준을 큰 폭으로 상회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강원은 이상고온, 제주는 해수면 높이가 전국에 비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상기후는 인플레이션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원석 과장은 “이상기후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력은 2010년 이후 대부분 품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났다”면서 “특히 식료품 및 과실가격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나는 가운데, 지난해 년 중반 이후 이상기후가 물가에 미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