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등 국제공동연구팀,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 세계 최초 공개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

한국과 영국 등 국제 공동 연구팀이 인체 장내 미생물이 당뇨병과 우울증 등의 질병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히는 연구 결과를 최초로 발표했다.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 맞춤형 치료법 가속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이선재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사이드 쇼이에 영국 킹스컬리지런던 교수,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교수, S 두스코 에를리히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 연구소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인간 장내 미생물 군집은 인간의 장에 서식하는 다양한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및 기타 미생물을 말한다. 신체가 소화와 같은 주요 기능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장내 미생물군집 구성의 변화와 우울증, 알츠하이머, 제2형 당뇨병과 같은 질병의 발병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군집과 질병과의 연관성은 연구자에게 점점 더 많은 관심이 되고 있지만 건강한 장내 미생물군집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다양한 지역과 질병에 걸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왼쪽부터 이선재 GIST 교수, 사이드 쇼이에 영국 킹스컬리지런던 교수,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교수, S 두스코 에를리히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 교수.
왼쪽부터 이선재 GIST 교수, 사이드 쇼이에 영국 킹스컬리지런던 교수, 마티아스 울렌 스웨덴 왕립공과대학 교수, S 두스코 에를리히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 교수.

공동 연구팀은 기존에 공개된 전 세계 19개국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를 분석해 당뇨병, 염증성 장질환, 우울증 등 23개의 질병에 연관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징을 규명했다.

북미와 유럽, 남아시아, 동아시아 전역에서 6014개의 인간 장내 샷건 메타지놈 데이터(장내 미생물 유전체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메타분석 및 기계 학습 모델을 이용해 건강한 개인과 특정 질병을 가진 사람에게 어떤 박테리아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지를 분류해 특정 기능을 특정 박테리아와 연결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질병 환자들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 유해균인 푸소박테륨, 클로스트리듐, 연쇄상구균 균주가 증가하고, 장내 유익균인 라크노스시라피에 속하는 단쇄지방산 생성균주가 감소하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또한 클로스트리듐 균주 증가 등 해당 질병의 마이크로바이옴 특징이 서구화된 나라의 정상인에게도 연관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서구화된 마이크로바이옴의 경우, 장내 염증을 촉진하는 박테리아와 항생제 내성 균주가 지속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앞으로 서구화된 식생활과 함께 장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식습관이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연구 성과인 '인간 질병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는 오픈액세스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이선재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서 그동안 소규모로 수행한 연구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규명되지 못했던 인체 질병 마이크로바이옴의 실체를 더욱 선명하게 밝힐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대장암이나 췌장암 등을 분변 검사만으로도 조기 진단 가능하고,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비침습적 질병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 개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