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자외선(EUV·Extreme ultraviolet)은 엑스레이(X-ray)와 심자외선(DUV·Deep UV) 스펙트럼 영역 사이인 대략 10~10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파장 대역의 빛이다. EUV는 불화아르곤(ArF) 광원의 길이에 비해 10분의 1 미만으로 더 세밀하고 오밀조밀하게 반도체 기판에 패턴을 새길 수 있다. 고해상도 이미징, 분광법 및 소재 가공 용도 등 정밀한 작업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EUV 장비는 반도체 노광 공정 단계를 줄여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전 세계 인공지능(AI)용 고성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라 EUV 노광 및 검사장비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EUV 노광 장비는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네덜란드, 미국, 독일, 일본 기업이 관련 기술을 선점하고 있으며 반사경 검사 부품은 독일과 일본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EUV 광학 소재·부품 기술은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으로 인해 국가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품목으로 떠올랐다. 국내 장비 업체 및 반도체 회사의 공급망 차원에서도 취약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해외 장비 업체의 EUV 장비에 대한 독점적 지위로 국내 반도체 회사의 가격 협상력이 약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광기술원(원장 신용진)은 박막제작 전문업체 알파에이디티(ADT·공동대표 황도원·황지섭)와 광학 전문기업 그린광학(대표 조현일), 글라스 세라믹 미세구조 제어 전문기업 하스(대표 김용수)와 공동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올해부터 2028년까지 54개월간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총 사업비 200억원을 지원받아 '13.5㎚ EUV 검사장비 광학계용 광학소재 부품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반도체 장비·소재산업은 제5차 과학기술기본계획(2023~2027), 제7차 산업기술혁신 계획(2019~2023), 산업통상자원부 초격차 프로젝트 육성 등 국가의 전략산업분야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컨소시엄은 EUV 노광장비 및 검사장비용 광원 및 핵심 광학 소재부품을 전량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기술 종속에서 탈피하고자 극자외선 검사장비 반사광학계에 적용 가능한 극저열팽창 유리세라믹 광학소재, 고반사 반사경 제작 핵심기술 내재화를 목표로 한다. 최종적으로 13.5㎚ EUV를 활용한 검사장비의 핵심 광학소재부품 및 고반사 코팅분야 초격차 기술을 확보할 예정이다.
컨소시엄은 총 3개 과제로 나눠 추진한다.
1세부 과제 'EUV 반사경용 극저열팽창 유리세라믹 소재 기술 개발'에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국비 74억1000만원을 투입한다. EUV 리소그래피용 마스크 검사장비의 EUV 반사경에 사용하기 위해 매우 낮은 열팽창계수·고균질성·고내구성 특성을 갖는 유리세라믹 극저열팽창 소재를 개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반도체 제조국 가운데 하나로 초격차 기술인 EUV 반사광학계의 고품질 거울용 유리세라믹 소재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개발 소재는 EUV 반도체 공정·검사 장비뿐만 아니라 극한환경 및 우주항공용 반사경 소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고부가가치 광학소재 내재화로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자립성 강화와 국제 정치경제 상황 변화에 따른 리스크 최소화를 기대하고 있다.
2세부 과제는 '극자외선 검사장비 반사광학계용 초고정도 반사경 가공기술 개발'로 올해부터 2028년까지 국비 70억원를 투입한다. EUV 반도체 검사장비용 구면 및 비구면 반사광학계용 광학부품은 기술 내재화 수준이 매우 낮아 전량 해외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EUV 리소그래피용 마스크 검사장비의 반사광학계에 사용하기 위해 1세부 과제에서 개발한 광학소재를 이용해 고도의 형상 정밀도와 매우 낮은 표면 조도 특성을 갖는 극자외선용 반사경을 개발할 예정이다.
3세부 과제 '극자외선 반사경의 반사막 코팅장치 및 공정기술 개발'은 올해부터 2028년까지 국비 55억원을 투입해 극저열팽창 유리세라믹 소재로 제작한 초고정도 반사경용 EUV 고반사막 코팅 장치와 반사막 코팅 공정, 13.5㎚ 파장에서의 반사율 측정 기술 확보가 목표다. 다층 반사막의 정밀한 두께 제어와 EUV 반사율에서 세계 최고 수준 내지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다.
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