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이기는 지식은 없다.' 필자가 지난 25년에 걸쳐 세 번을 창업하는 동안 기술적이든 사업적이든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늘 곱씹어 보던 말이다. 지난 두 번의 창업에서 상장까지 갔으니 상식을 지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혁신에 대한 글을 쓰려고 보니 이런 상식에 대한 믿음과 혁신이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더욱이 이번에 설립한 넥서스AI는 'LLM 기술을 기반으로 법률 시장을 혁신한다'는 혁신을 강조하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역사상 가장 진보한 정치체제로 평가 받는 미국식 민주주의는 1700년대 당시 정치체제의 혁신이라고 평가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적인 정치체제 탄생의 바닥에는 식민지 확장을 위해 영국이 치른 프랑스와 현지 인디언 연합과의 7년 전쟁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영국 국력의 쇠락, 이를 만회하려는 식민지에 대한 과도한 과세와 주민들의 반발 그리고 유럽 대륙에 최적화 되었던 영국 군대의 낮은 경쟁력으로 인한 식민지 통제 실패와 같은 극히 상식적으로 이해 가능한 물적 요인이 내재돼 있었다.
혁신은 뛰어난 선각자들의 고안물일 수 있으나 이를 가능케 하는 환경적인 요인들이 뒷받침 될 때만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다. 혁신은 능력이 출중한 선각자들이 만들어내는 창조와 파괴의 활동이나 이를 확산하고 안착 시키는 것은 시대의 흐름과 환경에 순응하는 다수의 일반 사람들의 상식에 따른 행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선각자들은 자신의 혁신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할 수 있는 청사진과 긍정적인 결실을 제시해야 한다.
지극히 상식적인 눈으로 바라본 법률 시장에는 여러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 왜 비슷한 사안에 대한 판결이 서로 다른가? 한쪽에서는 변호사들이 일감이 없다고 하는데 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나홀로 소송의 비율은 이리 높은가? 통계에 의하면 민사 1심의 70%, 형사 1심의 40%가 나홀로 소송이다. 특히, 민사1심의 경우는 원고나 피고 일방이 나홀로 소송인 경우가 90%에 이른다.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하는데 왜 형사 소송에 필요한 증거 자료를 받으려면 하루 종일 서서 복사를 해야만 하는가? 대학교 졸업한지 30년이 됐지만 대학 졸업 이후 복사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비슷했던 이전 판결문들을 찾아 참고해서 소송 대응을 하고 싶지만 그 벽이 너무 높기만 하다. 어렵게 판결문 저장 DB에 접근한다고 해도 유사한 판결을 찾아서 서로의 쟁점을 비교해 보기는 너무 어렵다. 간단하고 상식적인 법률 질문도 물어볼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아 포탈사이트만 뒤지고 있다.
이렇게 쌓이는 상식적인 의문들은 혁신을 만드는 에너지가 된다. 넥서스AI는 현재까지 고안된 최고의 자연어 처리(NLP) 도구이자 추론(Reasoning) 도구인 LLM이 이러한 법률 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할 좋은 도구가 될 것으로 믿고 있고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개발해 이용자들의 평가를 받으려 한다.
이미 지난 3월 20일에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함께 법률 상담 챗봇 'AI대륙아주를' 출시했고 지금까지 8만건에 이르는 법률 질문에 답변을 제공했다. 또 현행 변호사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도 변호사들과 의뢰인들을 함께 만족시킬 수 있는 LLM 기반의 법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상식을 이기는 지식도 없지만 생각해 보면 상식을 이기는 그 무엇도 없다. 상식은 그때 그때 시대와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변하기 때문이다. 너무 늦지 않게 넥서스AI가 추구하고 있는 법률 시장의 혁신이 상식이 되는 날이 올 수 있기를 바란다.
이재원 넥서스AI 대표 jwlee@nexusai.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