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준비를 도와주면서 모집 요강을 보는데 지역 대학 학과 목록이 일반대인지, 전문대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이럴 거면 일반대와 전문대 구분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어요. 이게 맞는 방향인가요?” (고3 수험생 학부모)
지역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인재 유출 등으로 존립 위기에 내몰리면서 직업교육에 가까운 분야의 학과를 신설하거나 인원을 늘리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학생 모집을 위해 최후의 대안이라는 의견과 연구와 교육을 실현해야 할 대학의 본연의 역할을 상실했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A대는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170명 정원이었던 간호학과를 2025학년도에 200명으로 늘렸다. B대는 올해 웹툰 관련 학과를 신설했고, C대도 올해 반려동물 관련 학과를 신설했다. D대는 경영학·인문학·공학 등 일반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공이 없다. 대신 간호학과, 웹툰학과, 반려동물학과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C대 관계자는 “기초 학문은 특히 지방에서 선택하는 학생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통폐합됐다”면서 “대신 최근에 주목받는 산업군과 관련된 학과를 늘려 학생을 모집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 교육관계자는 “지방에서 사회학과, 철학과는 설 자리가 없다. 수도권 대형 대학에도 있는 관련 학과에 입학한 학생은 반수하거나 편입해버리기 때문”이라며 “학교가 살기 위해 일반대에 없는 학과를 신설하는 움직임은 생존의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 자료에 따르면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전국 196개 일반대 중 51개 대학이 정원 2008명을 충원하지 못했다. 51개 대학 중 43개교(84%)는 지역 소재 대학이다. 정시모집 등록 후 추가모집까지 진행했음에도 전체 일반대 중 26%가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재학 중 자퇴나 미복학 등의 사유로 학교를 그만두는 중도 탈락률도 심각하다. 2022년 경북의 한 대학 중도 탈락률은 무려 50.47%다. 충남 지역 한 대학 45.45%, 제주 지역 한 대학 32.79%, 전남 지역 한 대학은 28.16%를 기록했다. 2022년 수도권 대학 평균 중독탈락률은 3.8%으로 나타났다.
지역 대학에서는 이처럼 실무 중심의 학과로 개편하는 것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추세라고 말한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지역 대학은 간호학과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수준”이라며 “생존을 위해 취업에 도움 되지 않는 기초 학문은 통폐합하고 간호학과 등의 실무형 학과를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오병진 고등직업교육연구소장은 “일반대의 학과 카피는 예전부터 있었고 평생교육도 일반대가 국가지원을 받으면서 경계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평생교육법이나 진로교육법도 있지만 직업교육법은 없다. 법에 따라 5개년 계획을 세우는 등 직업교육도 장기적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유럽은 대학과 산업과의 레벨에 따라 대학, 산업현장, 자격증 등 전문적으로 나누지 않았느냐”면서 “지금과 같은 일반대와 전문대가 아닌 학문중심과 직업중심의 골격이 그려지고 국가가 더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