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분야별로 상반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외식 등 신사업에서 광폭 행보를 보이는 것에 반해 정작 본업인 유통·호텔 사업은 부진한 성적표를 제출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1일 조직 개편을 통해 미래비전태스크포스팀(TFT)과 식음료(F&B) 신사업 추진실을 각각 신설했다. 김 부사장이 주도하는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기 위함이다.
김 부사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전략본부장에서 미래비전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회사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청사진을 그리는 역할을 맡는다. 공석이 된 전략본부장 자리는 배준연 영업본부장이 맡는다.
신설된 조직에는 김 부사장 측근들이 배치됐다. 미래비전TF팀장에는 김 부사장의 미국 다트머스대 동문인 우창표 전 코너스톤파트너스 대표가 영입됐다. F&B신사업추진실장은 파이브가이즈 운영사 에프지코리아의 오민우 대표가 맡는다.
이번 인사는 신성장동력 발굴에만 집중하겠다는 김 부사장 의지가 엿보인다. 회사의 전반적인 사업 방향과 계획을 구상하는 전략본부장 자리를 내려놓은 것은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본업인 한화갤러리아 백화점 사업에서 전문 경영인 김영훈 대표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김 부사장은 지난해 한화갤러리아 독립 경영에 나선 이후 줄곧 신사업에 매달려 왔다. 올해 상반기에만 215억원의 매출을 올린 햄버거 프랜차이즈 파이브가이즈가 대표적이다. 와인 수입사 '비노갤러리아', 마장 개발 사업을 영위하는 '한화넥스트', 외식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는 '한화푸드테크' 등도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반영된 자회사다.
문제는 본업 경쟁력이 점차 떨어진다는 점이다. 올해 2분기 한화갤러리아는 영업손실 45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매출 또한 전국 5개 점포 모두 역신장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했다. 간판 점포인 갤러리아 명품관은 전국 백화점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고 광교점의 경우 두 자릿수 역신장률을 기록하며 20위권 밖으로 추락했다.
호텔 사업도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 2분기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영업손실 3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동기 대비 10억원 이상 적자 폭이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191억원으로 적작 폭이 46% 늘었다. 호텔의 경우 설악, 제주 애월, 통영 등에 복합관광단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며 유통에 비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실속은 떨어진다.
그룹의 유통·호텔 사업을 승계하는 김 부사장이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본업 경쟁력 확보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백화점 사업 하향세가 뚜렷한 만큼 본업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가 있다”며 “미래비전TFT를 통해 백화점 사업의 미래 청사진 또한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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