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의 플랫폼 규제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또 한국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의견이다. 토종 플랫폼 경쟁력 저하를 야기하고 스타트업과 중소상공인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21일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동 주최한 '플랫폼 규제의 의도하지 않은 결과' 세미나에 참석한 해외 전문가들은 EU의 DMA 등이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현재 한국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발제에 나선 트레버 와그너 CCIA 소장은 DMA 시행으로 인한 유럽 소비자와 기업에 부과되는 비용이 막대하다고 지적했다. 또 인공지능(AI) 등 최신 기술 출시 및 활성화도 발목 잡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같은 사전규제가 한국에 적용될 경우 그 영향력은 유럽에서보다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와그너 소장은 “게이트키퍼에 대한 사전 규제가 한국에 적용될 경우, 한국은 디지털 기술 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어 유럽보다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며 “유럽은 ICT 분야가 전체 수출 중 5% 밖에 차지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전체 수출의 29%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다니엘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교수는 최근 발의된 한국 플랫폼 법안이 한국 중소기업과 소비자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공유했다. 아울러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 투자가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콜 교수는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널리 퍼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기에 플랫폼 운영이 어려워질수록 중소·중견기업(SME)들이 효익을 받기 어렵다”며 “이에 따라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 받는 소비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중국을 보면 오랜 기간 플랫폼 규제를 해오며 신규 업체에 대한 VC 투자가 많이 줄었다”며 “한국에서 과도한 규제는 한국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DMA와 같은 규제의 반사이익은 중국이 얻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카티 수오미넨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객원연구원은 “EU의 미국 테크기업 규제로 수혜를 보는 대부분의 기업은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테크기업”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한국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규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사전 규제를 집행 중인 EU와 강력한 규제를 적용한 중국 등과는 상황이 달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이승주 중앙대 교수는 “EU의 경우, 토착 플랫폼을 키우려는 산업 총책적 동기가 있고 중국은 강력한 규제가 있으나 외국계 플랫폼의 중국 시장 접근성을 차단한 상태”라며 “한국은 토착 플랫폼이 있으며, 글로벌 빅테크 진출을 막지 못하는 상황이니 정교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백용욱 KAIST 교수는 “네카쿠(네이버·카카오·쿠팡)의 시총이나 매출 순위를 봤을 때 글로벌 기준으로는 영세한 수준”이라며 “국경 없는 무한 경쟁을 하고 있기에 자칫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 공유 범위 및 데이터 주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백 교수는 “DMA에는 데이터 공유 의무도 있다”며 “한국 말의 특수성 때문에 경쟁력이 있는 상황에서 데이터 공유는 AI 주권과 데이터 주권에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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