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배의 AI 레볼루션] 패션 산업 디지털 혁명, 새 패러다임 만든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 행사의 일환으로 파세렐드빌리 보행자 다리에서 열린 패션쇼는 파리를 패션과 문화 중심지로서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이 패션쇼는 파리의 풍부한 역사적 맥락과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결합한 화려한 쇼를 선보였다.

서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경복궁과 잠수교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열린 패션쇼는 한국의 역사적 유적지와 활기찬 도시 풍경을 활용한 독특한 시각적 패션 경험을 제공했다. 이러한 시도는 패션 산업이 어떻게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창의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통적인 패션쇼가 제약을 받게 되면서, 메타버스 가상 환경에서 패션쇼가 급부상했다. 메타버스는 물리적 제약을 넘어, 세계 어디에서나 관객이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는 새 무대를 제공했다. 이 가상 패션쇼들은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그리고 대체불가토큰(NFT) 기술로 구현돼 전통적인 패션쇼와는 전혀 다른 차원 경험을 선사했다.

예를 들어,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에서 열린 '메타버스 패션 위크'는 3D 디지털 의상과 NFT 아이템을 실제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했다. 발렌시아가는 2031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Afterworld:The Age of Tomorrow' 컬렉션으로 비디오 게임 형식 인터랙티브 디지털 경험을 선보였다. 이 컬렉션은 사용자가 가상의 캐릭터를 조작해 미래 세계를 탐험하는 신비한 경험을 제공한다. 패션과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자리 잡았다.

패션 산업은 이제 단순히 옷을 만드는 것 이상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나이키는 신생 기업 RTFKT를 인수해 메타버스와 NFT에 대한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나이키는 후드티와 신발을 NFT로 발행해 판매하고, 이 NFT를 구매한 고객에게는 실물 제품을 배송하는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이는 새 디지털 자산과 실물 자산이 결합된 소비 경험을 제시하면서 미래 패션의 새 가능성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은 패션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최신 AI 기술을 활용한 'Fit 3D'와 같은 3D 신체 스캐닝 시스템은 소비자가 카메라 앞에 서기만 하면 실시간으로 신체 사이즈를 정확히 측정해준다. 이 데이터는 즉시 제품 데이터베이스와 대조되어 가장 적합한 사이즈와 스타일을 추천하며, 이로 인해 고객 만족도는 크게 향상되고, 반품률과 관련 비용은 대폭 감소한다. AI 기반 정밀한 데이터 분석은 이제 패션 산업에서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도 기술 혁신의 물결에서 예외는 아니다. '유니클로'는 AI와 센서를 통해 고객이 어떤 제품을 선택하는지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자동 결제와 같은 무인 운영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젠데스크(Zendesk)'와 같은 고객 서비스 플랫폼은 AI 챗봇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문의에 응답한다. 고객의 행동과 선호도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더욱 즉각적이고 정확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은 고객과 관계를 강화하고,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패션 산업 디지털 혁명은 공장 자동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3D, 로봇, 센서 등의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새 패러다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은 패션의 디자인, 소재, 제작, 유통 방식을 전방위적으로 변화시키며, 고객 경험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고 있다. 패션의 미래는 이제 기술과 창의력이 결합된 새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소비 문화와 생활 방식도 바꿔 나갈 것이다.

이경배 연세대·성균관대 겸임교수 kb.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