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기차 보급 대수는 올해 상반기 60만대를 넘었다. 친환경 정책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가 전기차 보급에 앞장선 결과다. 하지만 안전 대책은 보급 속도를 뒤따르지 못 했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구입 후 4년, 이후 2년마다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배터리는 의무 검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전기·전자장치의 경우 '고전원전기장치의 절연 상태 또는 작동 상태 불량' 여부를 점검하도록 돼 있는데, 이는 차량 내 전류가 누전되는지 확인하는 절연 검사나 작동 상태 점검만 실시하는 것에 불과했다.
전기차 배터리 이상유무를 검사할 수 있는 기술적 인프라도 부족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기반의 진단기(KADIS)를 개발했지만 공단 검사소에만 갖춰졌을 뿐 국내 자동차 검사의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민간 검사소 보급률은 30% 수준에 그쳤다. 전기차 운전자가 의무도 아닌 배터리 검사를, 자발적으로 받고자 '선한' 마음을 먹었어도 받을 곳이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그동안 국내 정책이 전기차 보급에만 신경 쓰고 안전 문제는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 어색하지 않다.
주차된 차에서 벌어진 전기차 화재 사고로 불안감이 커지자 정부는 본격적인 대책 수립에 나섰다. 다음 달 종합 대책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조언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커지는 전기차 공포를 잠재우려면 명확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소비자 불안은 해소할 수 없고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과거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관련 산업이 추락한 것을 똑똑히 기억한다.
자동차 회사나 배터리 업체도 안전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 지난 2016년 스마트폰에서 배터리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삼성은 배터리 검사를 전수 검사로 바뀌었다. 전기차와 배터리도 보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안전에는 정부와 기업, 민간 구분이 없다. 빈틈없는 제도적,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발전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