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육은 저출생, 지방소멸 등 여러 사회 난제와 디지털 대전환 등 정책환경의 급격한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입시 위주 경쟁 교육, 학생들의 낮은 행복지수, 교육 격차, 공교육 불신과 사교육비 증가 등 우리 교육이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도 상존하고 있다. 그간 모든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개혁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통해 교육문제 해결의 답을 학교 밖에서 찾으려 하거나 제도 중심으로만 접근해서는 본질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윤석열 정부는 공교육 개혁의 중심을 '수업'에 두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업은 어떤 모습인가? 학생 스스로 탐구하며 자기주도성과 문제해결력을 키우는 수업, 친구들과 소통·협력하며 관계의 중요성을 알게 되는 수업,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학생 개개인의 소질과 특성을 존중하고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수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싱가포르, 영국, 에스토니아 등 세계 각국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수업을 혁신하기 위해 고민 중이다.
교사가 학생의 고차원적 역량을 고루 기르는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한 학급의 20명 이상의 학생들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수업에 참여하도록 하는 데에도 교사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계신 많은 선생님들이 더 좋은 수업을 고민하고 실천하고 있다. 특히, 수업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여가 시간을 반납하고 학습공동체나 연구회 등의 활동을 하는 교사들도 매우 많다. 최근에는 발전된 에듀테크를 활용하여 수업의 변화를 만들어 내려는 교사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수업 개선을 교사 개인의 노력에만 기대게 되면 교사 간·지역 간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은 곧 학생 간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해 2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정책'을 발표했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는 수업으로의 변화와 이를 위한 교사 역량 강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을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 전국적으로 격차 없이 교육의 디지털 대전환을 추진할 계획임을 밝혔다. “교사가 이끄는 교실혁명”이라는 슬로건 아래, 교사가 스스로 전문성을 발휘해 수업을 혁신하여 학생 맞춤 교육을 실현하고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는 교사의 수업 혁신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연수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교사 연수를 위한 재원이 여야 합의를 통해 법률로 만들어져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1조원이 투입된다. 교사 연수는 학생의 핵심역량 함양을 위한 수업으로의 전환, 학생의 사회·정서적 성장 지원 강화, 수업의 질 제고를 위한 디지털 기술 활용 등이 주요 내용이다.
내년 3월부터 도입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는 교사들의 수업 혁신을 돕는 핵심 도구가 될 것이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는 학생의 학습상황을 분석·진단해 교사에게 학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교사는 인공지능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학생들을 더욱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 학생들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자신의 역량과 속도에 맞는 맞춤 학습을 할 수 있다. 2025년 3월에 초 3·4, 중1, 고1부터 영어·수학·정보 과목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수학을 포기하거나, 영어 듣기·말하기를 포기하는 학생이 줄어들 것이며 소득·지역별 차이로 인한 학습격차도 줄어들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통해 개념을 익히면 선생님들은 토론·협력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는 수업을 보다 쉽게, 더 많이 설계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수동적인 교실을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토론·협력하는 교실로 바꾸고자 한다.
많은 분들이 디지털 시대에 맞게 수업을 바꾸고자 하는 교실혁명의 지향점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도입과 관련해서는 우려가 크신 것 같다.
그러나 우려의 상당 부분은 정책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책형 교과서가 없어진다는 것이 대표적인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교사는 서책 교과서와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적재적소에 활용하게 된다.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를 쓰면 교사와 학생 간 상호작용이 줄어든다거나 인공지능이 교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오해도 사실이 아니다. 교실혁명 정책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 인간적 유대를 강화하고 교사가 학생의 사회정서적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디지털 기기 과몰입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도 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 과몰입은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생산적이고 건강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한 데 원인이 있으므로, 공교육 내에서 디지털 기기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디지털 시민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므로 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2025년은 2022 개정 교육과정·고교학점제·성취평가제 등 공교육의 큰 변화를 가져올 정책들이 시행되는 해로, 이러한 때에 수업의 물줄기를 바꾸어야 우리 공교육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한국은 높은 교육열, 우수한 디지털 기술, 세계가 인정한 최고의 역량을 갖춘 교사가 모인 나라이다. 이 세 요소의 결합을 통해 우리는 교육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성공의 열쇠는 바로 교사가 쥐고 있다. 교사들이 교실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신뢰와 응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경제학자 출신 교육 정책 전문가로 서울대 국제경제학과와 동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 교수, 교육개혁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17대 국회에서 국회의원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 교육과학문화수석 비서관, 교육과학기술부 차관과 장관을 지냈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돼 교육개혁을 이끌고 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