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등급' 평가를 받았다. 일본 토요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와 어깨를 나란히했다. 판매량 기준으로 세계 3위 완성차사에 오른데 이어 사업 전망과 재무 건전성 등 질적 측면에서 '글로벌 톱티어' 메이커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올 'A등급'을 받은 자동차 제조사는 독일 벤츠와 토요타와 혼다, 현대차·기아 등 단 4곳에 불과하다.
독일 폭스바겐은 연간 판매량은 현대차·기아보다 많지만, S&P 신용등급은 'BBB+'(안정적)로 현대차·기아('A-')보다 한 단계 낮다. 미국 자동차 '빅 3'로 꼽히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스텔란티스는 신용평가사 3곳 모두 'B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글로벌 신용등급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월 무디스와 피치에서 A등급을 받았고 6개월 만에 S&P 신용등급이 A-(안정적)로 상승했다. 양 사는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비롯해 각종 재무지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모두 가능한 유연한 생산 능력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10%를 넘었다. 대표적 회계지표인 EBITDA는 이자비용과 세금, 감가상각을 차감하기 전 이익을 뜻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기업이 돈을 벌어들이는 능력, 즉 현금창출 능력이 빼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최대 30억달러(약 4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점도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전기·하이브리드차 동시 대응이 가능한 현대차·기아 생산 능력도 3대 신용평가사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 하이브리드 생산에 주력하는 토요타 대비 현대차·기아는 시장 상황에 맞춰 전기·하이브리드차 생산을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차를 혼류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차 수요가 늘어나자 기민하게 시장 변화를 반영한 조치다.
글로벌 전기차 영향력도 상승 곡선을 그렸다. 미국 자동차 조사업체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 1∼7월 미국에서 현대차·기아(제네시스 포함)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0%'로 집계됐다. 테슬라(50.8%)에 이어 2위다. 유럽의 경우 연내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개하며 전기차 캐즘(수요 축소) 돌파에 앞장설 계획이다.
아울러 현대차·기아의 신용등급 상승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부합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오르면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돼 주식을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주가 역시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현대차나 기아에 투자한 소액 투자자 역시 밸류업 효과로 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입장에서도 조달 금리가 낮아져 이자 비용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자 비용 감소에 따라 기업이 보유한 현금은 더 많아져 신사업 투자 및 배당 여력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현대차는 국내외 투자자과 소통에도 속도를 올린다.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앞으로 주요 경영전략 및 재무 건전성 목표 등을 설명할 계획이다.
김지웅 기자 jw0316@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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