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과거와 같은 대 중국 수출 호조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중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중간재 자립도가 상승하고, 중국 자국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생산구조의 변화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은은 26일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연계생산 흐름을 분석해 이같은 결론을 제시했다.
대중 수출연계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중국에서의 최종 생산에 쓰일 목적으로 국내에서 생산된 모든 단계의 중간재를 포괄한다.
대중 수출연계생산은 지난 2000년 이후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증가했다. 수출 정체기인 2010년대 중반에도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중국 생산 최종재에 대한 세계적 수요 변화와 함께 중국의 경쟁력이 크게 강화되고 중국 내 생산기지가 동남아 등 중국 바깥으로 이전하면서 대중 수출연계생산이 구조적으로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은 2005년부터 생산구조 변화로 인한 수출연계생산 감소가 이어졌지만, 수요 호조로 인해 상당 부분 가려졌던 결과가 최근에야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빠른 기술력 성장은 최근 들어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은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부터 급격한 구조적 하락세를 보이던 일본의 IT산업과 달리 그간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더뎠다. 하지만 2018~2020년 최근 3년간은 우리나라의 수출연계생산 감소세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
미·중 갈등도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한은의 추정 결과, 2018년 미국의 대중 관세 인상은 한국의 대중 수출과 수출연계생산을 3% 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인상하거나 유럽연합(EU)이 이에 동참하는 시나리오에서는 감소 폭이 3~5%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하락에 따른 GDP도 1%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중국이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자립도를 높여가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 경쟁산업도 기술혁신을 통한 수준 향상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