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LFP 양극재 생산 도전” 500억 투자 나선 탑머티리얼

탑머티리얼 양극재 제조 파일럿 라인에서 작업자가 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탑머티리얼)
탑머티리얼 양극재 제조 파일럿 라인에서 작업자가 장비를 다루고 있다. (사진=탑머티리얼)

탑머티리얼이 국내 기업 첫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양산에 도전장을 던져 주목된다. LFP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떨어지지만 안전성이 높은 이차전지 소재다. 국내 배터리 산업은 그동안 삼원계를 중심으로 형성돼 왔는데, 안전성·가격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LFP도 부상하고 있다.

26일 탑머티리얼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간 3000톤 규모 LFP 양극재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다음달 착공과 함께 총 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5월 완공할 계획으로, 현재 이천에서 샘플 생산 중인 LFP 양극재를 본격적인 양산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

탑머티리얼 관계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LFP 양극재를 우선 납품한 뒤 향후 전기차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장기 공급 계약 체결 등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탑머티리얼이 내년 상반기 LFP 양극재를 양산하면 국내 기업 중 최초가 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생산에 주력해 온 만큼 LFP 양극재를 양산하는 소재 기업은 아직 없다. 파일럿 라인 운영(엘앤에프·에코프로비엠) 중이거나 2027년 이후 양산을 계획(LG화학)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NCM 대비 에너지 밀도가 낮지만, 가격이 30~40%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중저가 전기차를 대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산업조사기관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오는 2030년 미국 전기차에서 LFP 배터리 점유율은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ESS에는 LFP 배터리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탑머티리얼은 내년 상반기부터 LFP 양극재 양산을 시작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LFP에 망간(M)을 섞어 에너지 밀도를 개선한 LMFP 양극재도 개발 중으로, 고객사가 확보되면 내년부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탑머티리얼은 지난 2012년 설립된 기업으로 시스템 엔지니어링이 주력 분야다. 시스템 엔지니어링은 이차전지 생산 라인을 고객 맞춤형으로 턴키 공급하는 컨설팅 사업으로, 지난 상반기 기준 매출의 약 95%를 차지하고 있다.

회사는 신사업 확대를 위해 2018년 양극재 개발에 착수했다.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이 높은 LFP 양극재 분야에 주목했다. 탑머티리얼 관계자는 “향후 3년 안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소재 사업에서 벌어들이는 게 목표”라며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