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도 개발자로…한국에 심어지는 '애플 DNA'

1기 수료생 이주화 씨(왼쪽)와 2기 수료생 강나린 씨.
1기 수료생 이주화 씨(왼쪽)와 2기 수료생 강나린 씨.

애플 디벨로퍼 아카데미(애플 아카데미)는 2022년 애플이 포항공과대학교(포스텍)와 함께 시작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취업에 목적을 둔 일반 기업 부트 캠프(Boot camp)와 달리, 애플 생태계 기반 개발자·디자이너·기업가 육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교육 기간은 단 9개월에 불과하지만, 아카데미를 수료한 학생 모두 '애플 전문가'로 불릴 정도다.

실제 재작년 첫 기수에서는 총 190여명의 개발자와 70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앱)이 탄생했다. 작년 2기에선 198명의 개발자와 38개 앱이 만들어졌다. 특히 2기에서는 애플 차세대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SSC)'의 역대 최대 우승자(46명)를 배출하는 성과를 냈다.

애플 아카데미 수료생들은 단기간에 애플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던 배경으로 '교육 환경'을 꼽는다. 최근 전자신문과 만난 1기 수료생 이주화 씨는 “교육받을 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 덕분에 도전할 때마다 실패를 겁내기보다는, 그것들을 경험으로 삼아보자는 마음을 키우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1기 당시 '한글'이라는 퍼즐앱으로 SSC(2022년)상을 수상했다.

2기 수료생 중 한 명인 강나린 씨는 아카데미를 “최고의 셰프가 있는 뷔페”라고 비유했다. 교육생들이 원하는 장르를 모두 찾아 공부할 수 있고, 요구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스 요리(일방적인 교육)를 생각하고 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이게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것들에 대해 기민하게 반응하면 좋은 경험과 좋은 동료를 얻을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실제 강나린 수료생은 최고의 셰프들을 잘 활용한 경우다. 그는 일본어문학과 중국어문학을 전공한 '어문학 전공자'다. 커리어는 일본 오사카에서 해외 B2B 세일즈로 6년 간 한국, 동남아시아, 홍콩 문화권 고객 관리 업무다. 약 10년 간 개발과는 인연이 없었던 셈이다. 그는 아카데미를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꿈꾸고 있다.

강나린 수료생은 “아카데미에서 배운 역량을 기반으로 개발보다 팀 컬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비즈니스 임팩트에 더 관심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현재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며, IT 분야의 운영이나 전략 쪽으로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애플 아카데미의 지원 자격으로 '태도'를 강조했다. 배울 수 있다는 의지만 있다면 개발자 성공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주화 수료생은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지만, iOS 개발은 처음이었다. 심지어 아이폰과 맥도 사용해 본 적 없었다”면서 “하지만 배우려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강나린 수료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태도가 중요하다”면서 “관심사가 명확하면 좋은 경험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라고 조언했다.

애플은 올해부터 약 4주 간 스위프트 언어 기반 앱 개발 기초 교육을 지원하는 '애플 파운데이션'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iOS 앱 개발 관련 기초 지식과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체험할 수 있다. 교육 기간이 짧아 애플 아카데미의 단기 버전으로도 불린다. 애플은 내달 2일부터 애플 아카데미 4기 모집도 시작한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