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도 개봉한 영화 '그녀(her)'에서는 인공지능(AI) 운영체제 '사만다'와 육체적 인간 '테오도르'가 공감적인 소통을 나누고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는 미래의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영화 속 벌어지는 광경이 지금 2024년 현실화하고 있다.
2000년대, 한 인간이 AI라고 하는 실체 없는 존재의 목소리와 인간과 나누는 대화를 나누는 일은 지극히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것이었으리라. 그러나 챗GPT-4o가 출시되고 우리는 AI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안부를 전할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이처럼 웹 2.0 시대를 넘어, 제3의 구술성이라 불리는 '뉴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던 우리에게 또 다른 커뮤니케이션 양식이 생성되었고, 인간 대 인간이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소통하는 방식에서 나아가 소통의 대상을 인공지능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우리의 교육도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어 소통의 대상을 인간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AI를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수용하여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숙고해야 할 것이다.
교육과정 속에서 다루어지는 담화 유형으로는 대화, 면담, 발표, 토의, 토론 등이 등장한다. 과거 교실 속에서 의사소통의 대상은 옆에 존재하는 친구뿐이었고 이는 교실 표현 교육의 시공간적 한계로 지적됐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디지털 기기가 교실 속으로 도입되면서 학생들은 교실 밖 타인들과 시공간을 넘어 소통할 수 있게 되었으나, '지금-여기'를 실현할 수 없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생성형 AI가 새로운 의사소통의 대상으로 지목되면서 이러한 한계들을 모두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다. 생성형 AI가 또래 친구로서, 면담하고자 하는 가상의 존재로서, 혹은 해당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펼칠 수 있는 전문가로서 기능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소통은 실시간으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생성형 AI의 교육적 활용에 관해 국내외적으로 활발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교육 주체들의 우려와 기대 속에서 생성형 AI의 교육 효과에 관해 실증하고자 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교사와 학생들이 안전하게 법적 보호를 받으며 생성형 AI를 교육적으로 활용하고 나아가 교육의 혁신을 이룩할 수 있도록 명확한 교육 정책과 가이드 라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세미 동변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