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제4인터넷은행, 포용 금융 데이터 축적 전략이 관건

김성준 렌딧 대표
김성준 렌딧 대표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대한 민·관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후보자 청문회에서 “취임한다면 인가나 심사 기준을 검토해서 하반기에 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포용금융으로 다가가기 특별위원회'에서는 민간의 소상공인 지원 기능이 강화된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포용 금융 중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침체된 내수 시장에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며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불거진 전자상거래 업계 정산 지연 문제 역시 중소상공인 고충을 증가시키고 있다.

앞으로 새롭게 탄생할 제4인터넷전문은행이 지속 가능한 중소상공인 포용금융을 풀어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신파일러'를 '금융 이력 부족자'라고 풀이한다. 더 정확히 설명한다면 '신파일러'는 금융 정보가 아예 없는 사람이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대출을 받은 적이 없는 '여신 이력 부족자'다. 이는 현재와 같이 '여신 이력 데이터'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신용 평가 모형이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크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중소상공인은 중저신용자와 유사하게 신파일러에 속한다. 중소상공인 신용을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다방면 대안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면, 신용평가에 있어 큰 발전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가장 기본적으로 매출 데이터가 활용될 수 있다. 다만 외부 감사를 받지 않는 중소상공인 매출 데이터는 쉽게 왜곡, 조작될 수 있기 때문에, 영업·경영 현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세무 데이터와 이에 대한 시계열 데이터 축적이 필요하다. 재무 정보 외에 다른 은행이 축적하고 있지 않은 대안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예컨대 소상공인을 개인의 관점에서 건강 상태, 통신 기록 등의 대안 정보로 확장하여 평가한다면 훨씬 더 정교한 신용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대안 데이터 발굴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 고령화 등 현재 우리 사회가 맞이하고 있는 거시적 변화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1차 은퇴 시기는 평균 49.3세다. 이후 대부분 사람들은 자영업으로 들어선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의 비중은 63.6%에 이른다. 중소상공인 포용과 시니어 포용의 연관성을 짚어볼 수 있는 자료다. 실질 은퇴 연령이 72.3세이고, 평균 수명이 점점 더 길어지고 있는 추세를 고려해 보면 앞으로 오래 일하는 시니어는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고령화와 맞물려 조금 더 시야를 넓혀 보면 현재 금융권에서 신용평가를 위한 대안 데이터로 활용되고 있지 못한 다양한 데이터들을 발굴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크다. 건강 정보 데이터나 보험 데이터, 각종 헬스케어 관련 데이터 등이 그것이다. 건강 관련 데이터들은 현재 경제 활동 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며, 앞으로 10년 뒤인 2035년에는 인구 약 3명 중 1명 꼴로 고령 인구가 될 것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국내 거주 외국인 비중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미 거주자 대비 5%가 넘은 외국인 거주자 비중은 제조업이나 건설업, 숙박·식음료·관광이 지역 경제 주를 이루는 지방으로 내려갈 수록 높아진다. 외국인들이 국내에 정착하고 안정된 금융 활동을 영위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지역 경제 유지에도 중요한 요소다. 중소상공인 포용 금융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 인구 구조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포용 금융이 지속 가능한 모델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 데이터 축적 전략이 필수다. 어떤 데이터이든 모아 놓기만 한다고 신용평가모형이 고도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새롭고 다양한 대안 데이터는 발굴하고 축적하기가 어렵다. 고퀄리티 데이터일 수록 보유한 기업들 외에 외부로 공유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 역시 뚜렷한 미션이나 공감대 없이 데이터를 공유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 전략을 기반으로 여러 기업들 간에 실질적 데이터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을 때에 진정한 소상공인 포용 금융, 더 나아가 지속 가능한 포용 금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발전이 앞으로 등장할 제4인터넷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이다.

김성준 렌딧 대표 sjkim@lendi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