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연구원(원장 김장성)이 미국과의 국제 공동연구로 자궁경부암 원인 바이러스를 손쉽게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생명연은 이창열 바이오나노연구센터 박사팀이 이학호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팀과 인체유두종 바이러스(HPV)를 신속 검출할 수 있는 현장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HPV는 피부에 접촉해 감염되면 사마귀를 발생시키는 원인균으로 알려져 있다. 생식기 점막에 감염되면 자궁 상피세포로 침입해 자궁경부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된다.
자궁경부암 진단에는 세포검사, 아세트산 시각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 등이 활용되는데, 전문 의료시설이 필요하거나 오랜 시간이 걸려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기반 핵산 검출 기술과 디지털 신호 처리 기술을 융합해 고감도로 표적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이를 휴대할 수 있도록 했다.
한 번에 최대 12개 시료를 35분 내에 분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진단 시약도 고형화해 현장 운송·보관이 쉽게 했다.
개발 플랫폼은 임상 시료 169개를 모두 정확히 분석해 높은 임상 적용 가능성을 입증했다. 향후 열악한 의료환경에 처한 국가, 지역의 의료 소외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창열 박사는 “HPV 진단 보편화를 촉진해 자궁경부암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의료 소외계층의 고통을 덜 수 있길 바란다”며 “개발 시스템을 우간다와 가나에서 현지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학호 교수는 “향후 진단 프로브를 다양화 하면 자궁경부암 외 다른 암의 바이오마커, 신종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핵심 진단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7월 2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미국 국립보건원(US NIH),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생명연 주요사업, 교육부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 과기정통부 해외우수연구기관협력허브구축사업 지원으로 수행됐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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