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플랫폼 규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제안보를 고려한 우리나라만의 맞춤형 디지털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럽연합(EU) 등의 규제를 따라가기보다,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특수성을 반영하기 위해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진단이다.
한국공법학회 ICT와 공법연구포럼, 김건 국민의힘 의원실이 2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플랫폼 경제 시대, 경제안보의 주요 이슈와 대응과제'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이 같이 제언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한국공법학회 ICT와 공법연구포럼 공동의장)는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네이버도 있고, 카카오, 쿠팡, 토스, 배달의민족 등 자국 플랫폼이 엄청나게 많은 나라”라면서 “'바텀업(Bottom-up)'으로 연결돼 있는 디지털 경제 안보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구체적으로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와 각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맞춤형 플랫폼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춤형 플랫폼 전략은 △응용 플랫폼 전략 △편승 플랫폼 전략 △제휴 플랫폼 전략 등 각 분야별로 세밀한 전략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고, 규제와 육성 균형을 맞춘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EU의 규제를 답습하지 말고 우리 사회·경제·문화적 특성에 맞는 플랫폼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플랫폼 규제 법안이 8개나 발의됐다면서 이 법안들이 EU 디지털시장법(DMA)을 그대로 참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EU DMA의 초도 영향평가 보고서를 보면 '레벨0'부터 '레벨5'까지 5단계로 나눠 검토했다”면서 “EU의 사전영향 평가를 우리가 똑같이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 심도 있는 규제 영향 분석은 분명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을 고려한 규제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은 미국 빅테크와 비교하면 100분의1도 안 되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고, 기업의 위축 심리는 굉장한 위험 수위에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디지털 리더십이 생겨야 하는 시기로 쉬운 방법을 택하기보다 자율규제를 진중하게 진행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희정 한국규제법학회장은 “EU의 규제가 굉장히 압도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지만 그런 식으로 가기보다 각각 (문제들에) 개별적으로 접근하면 통합적으로 처리해야 될 문제가 나올 것”이라면서 “플랫폼 문제는 디지털 전환의 큰 어젠다 중에서 하나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굳이 별도의 플랫폼 규제법을 만들어 다양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을 억제하기보다는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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