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논문과 특허가 사업화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연세대가 브릿지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기술이전사업화를 제대로 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대학이 앞으로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훈배 연세대 최고브랜드책임자·CBO)
대학의 창의적 자산 실용화 지원(브릿지3.0) 사업 10주년을 맞아 브릿지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향후 비전을 살펴보는 '2024 브릿지 비전 포럼'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개최됐다.
포럼에서 진행된 토론에서 대학 관계자들은 브릿지 사업이 대학 기술이전 사업화에 미친 영향을 강조하면서 향후 기술패권 시대에 브릿지를 통한 기술사업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상식 고려대 교수(전 브릿지 사업 기획·설계 연구책임자·현 브릿지 3.0 사업관리위원회 위원)는 “브릿지 사업은 2014년 대학기술사업화를 국가경제 전진기지로 표방하며 시작됐다”며 “산학협력단에서 구성된 TLO(Technology Licensing Office)가 성숙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고 기술이전과 창업이 TLO 중심으로 이뤄졌다”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대학은 기술사업화를 통해 국가산업 이슈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향후 브릿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정영롱 전남대 브릿지 사업단장은 “브릿지 사업 전에는 이슈가 발생했을 때 기술이전과 창업을 준비하는데 바빴던 것이 현실이었다”면서 “브릿지 사업을 수행하면서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프로세스를 정착하고, 유망기술을 발굴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정 사업단장은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 브릿지가 전국대학을 중심으로 기술 패키징을 하고 자산화하면 더 성장할 수 있다”며 “기술이전사업화가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전국 대학이 함께 공유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빅 데이터 전문가인 심경수 서울과기대 브릿지사업단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기술이전을 강조했다. 심 단장은 “현재 AI 화두는 머신러닝, 딥러닝, 생성형 AI”라며 “AI시대를 대비해 대학이 AI를 활용한 기술이전 성과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박사는 “브릿지 사업이 향후 10년 뒤를 대응하기 위해서는 브랜드화, 수월화, 전문화 등이 필요하다”며 “브릿지가 독창정인 사업이란 것을 인지하면서 강력한 브랜드로 키워나가야 하는 고민이 필요하고, 대학이 자체 펀드, 인프라, 네트워크를 구축해 자생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브릿지 사업의 10년을 돌아보면서 연세대와 세종대가 대학의 기술이전사업화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이현애 가천대 CBO는 “브릿지 사업을 통해 잠재 기술의 활용도를 끌어올리고, 기술 고도화와 실용화 개발을 전략적으로 지원해 죽음의 계곡을 넘을 수 있도록 했다”면서 “기술이전사업화 프로세스가 처음에는 낯설고 성과에 대한 의구심도 들었지만 이제는 대학에 완전히 내재화된 것이 브릿지 사업의 가장 큰 성과”라고 전했다.
김훈배 연세대 CBO는 탈모치료제 회사인 에피바이오텍을 소개했다. 에피바이오텍은 교원창업 기업이다. 창업은 했지만 초기에는 성장지원을 위한 공간 등이 없어 사무실을 공유하거나 타 대학과 공동 IR(Investor Relations)을 진행했다. 연구개발 중심 회사이다 보니 코넥스 상장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브릿지 사업을 수행하면서 지난해 코넥스 상장에 성공했다.
세종대는 브릿지 사업을 통해 교원 창업이 4배 늘었고, 해외 특허는 사업 전과 비교해 10배 늘었다. 올해 투자 유치 197억원, 기술이전 성과는 148억원을 달성했다. 홍서경 세종대 CBO는 “세종대 주요 캐시카우(Cash Cow)는 표준 특허”라며 “2021년 VVC(Versatile Video Codec)특허풀 가입에 이어 AV1(AOMedia Video 1) 표준 특허풀에 가입하면서 상당한 로열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될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에 맞춰 브릿지 사업도 변화를 예고했다. 윤소영 교육부 지역인재정책관은 “내년 라이즈 전환을 통해 브릿지 역할도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역에서 대학이 혁신적인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대학이 원석을 빚어내면 브릿지가 지역 안에서 지역 발전과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윤 정책관은 “라이즈 시행 이후 2026년부터 지역과 브릿지의 밀접한 형태로의 전환을 고민해 가고 있다”며 “지역과 국가의 발전에 따른 대학 경쟁력까지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사업으로 브릿지를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eas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