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올림픽 기간 우리는 파리에서 분투하는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행복했다. 사상 최약체라고 여겼던 한국 파리올림픽 144명 선수단은 409명을 파견한 일본과 맞먹는 성과를 냈고 금메달 수에서 독일과 이탈리아를 앞섰다.
파리올림픽에서 거둔 성과는 MZ세대 덕분이다. 주목해야 할 건 Z세대의 약진이다. 한국 금메달리스트 16명 가운데 10명이 Z세대다. Z세대란 1990년대 중후반에서 201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로 나이는 10대 초반에서 20대 후반이다. 나를 중시하고 '디지털 네이티브'라 불릴 만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다.
금메달의 기쁜 소식만큼이나 이들의 어록도 무더운 여름밤을 유쾌·상쾌·통쾌하게 했다. 주목받는 건 이들의 당찬 행동이다. MZ세대 메달리스트들은 기성세대가 놀랄 정도의 당당한 소감을 밝혔다. 사격 여자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딴 반효진 선수는 “나도 부족하지만 남도 별것 아니다”라는 각오로 사대에 섰다고 했다.
펜싱 2관왕에 올랐던 오상욱 선수는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잘할 수 있었다”라고 했다. 사대에서 보여준 냉정함으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김예지 선수는 여자 권총에서 0점을 쏴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0점 쐈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건 아니다”며 특유의 시크함을 드러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 선수는 가슴속에 담아뒀던 말을 쏟아냈다.
10년 전이었다면 그들이 이룬 성과는 이런 당찬 행동으로 반감됐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 만큼 변했다. 이들의 말을 긍정했으면 우리가 할 일은 이 '당당한' 세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잘 키워낼지 '행동'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이벤트에 환호한 것에 불과하다.
2018년 BTS가 UN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 세계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또한“어제의 나도 나이고, 오늘의 부족하고 실수하는 나도 나이다”라는 말은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정치인과 언론은 앞다투어 BTS 발언을 인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교육에 대한 공론화는 없었다.
안세영 선수가 하고 싶은 말은 '기존 훈련 교육방식의 불만과 개선'이 아닌가. 기성세대의 미덕인 겸손과 양보는 MZ세대에겐 불편함일 수 있다. 명문대학 졸업장은 이들에겐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BTS 멤버 7명 가운데 6명은 이름도 생소한 글로벌사이버대학을 나왔다. 진학의 잣대로 본다면 BTS가 한국에서 설 자리는 없었을 것이다. 진학 위주의 경쟁교육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젊은이들의 성취를 한 번의 칭찬으로 끝내지 말고 더 많은 미래세대가 그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우리의 과제는 신명 나서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Z세대와 알파세대(2010년 이후 출생자)를 더 많이 배출하는 교육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김유진의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싶을 정도로 연습했다”는 말은 '좋아하는 것에 매진하라'는 의미다.
교육의 목적은 '국가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 저출산 등 한국의 모든 문제가 잘못된 교육에서 비롯됐다. 교육이 한국의 성장을 막고 있다. 진학 위주 경쟁교육에 신음하는 Z세대의 멍에를 벗겨줘야 한다. '자신과의 경쟁이 즐거운 교육'이 K-교육의 주류가 될 때 Z세대와 알파세대의 잠재력은 폭발할 것이고 대한민국은 더 높게 날아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