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중소 제약사 재고물량이 2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제네릭 시장 불황에다 올 초 발발한 의정갈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강력한 비용절감 노력으로 수익성은 유지했지만, 하반기 실적 개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전자신문이 연매출 2000억원 이하 국내 제약사 10곳의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과 비교해 평균 19.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재고 회전율 역시 지난해 말 대비 평균 0.36회 증가해 소진 기간도 소폭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주요 10개 기업 중 재고자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은 한국유니온제약으로, 지난해 말 79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53.1% 늘어난 121억원을 기록했다.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도 작년 말 8.4%에서 올해 13.2%로 훌쩍 뛰었다. 이어 JW신약이 지난해 9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17억원으로 28.5% 증가했고, 경동제약도 6개월 만에 27.2% 늘어난 439억원을 기록했다.
고려제약은 주요 10개 기업 중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 구성비율과 재고 회전율이 가장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의 지난해 말 재고자산은 183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212억원으로 15.8% 증가했다.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대비 2.6%포인트(P) 증가한 23%를 차지해 가장 높았고, 회전율은 0.98회로 가장 낮았다.
중소 제약사 재고자산이 6개월 새 두 자릿 수로 증가한 것은 하반기 수요 증가를 대비한 재고 비축, 설비 증설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JW신약은 생산설비 증설로 일부 가동 중단이 예상됨에 따라 재고 물량을 늘렸다.
하지만 이들이 주력으로 한 국내 제네릭 시장이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인 데다 올해 2월 시작된 '의정갈등' 여파가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공의 이탈이 일어난 곳이 상급종합병원인 만큼 이들과 주로 거래하는 대형 제약사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됐다. 1, 2차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서 이 시장에 주력하는 중소 제약사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6개월 이상 의약품을 선주문 해놓은 데다 환자의 장기처방이 이어지며 중소 제약사 수혜는 미미했다는 분석이다.
재고가 늘면서 업체별 수익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실제 한국유니온제약(-23억원), 이연제약(-36억원), 동성제약(-28억원), 서울제약(-4억원) 등은 작년 말 대비 영업이익이 최대 30억원 이상 줄었다.
경동제약, 삼천당제약, JW신약, 삼아제약 등은 재고자산 증가에도 오히려 영업이익이 최대 70억원 이상 개선됐다. 대부분 인력감축, 연구개발(R&D) 투자 축소, 마케팅 예산 감축 등 강력한 비용절감 정책을 실시한 결과로 풀이된다. 상당수 기업이 비상경영체제에 준하는 비용절감 정책으로 실적 악화는 막았지만, 하반기까지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경동제약은 지난해 말 76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 1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영업대행(CSO) 도입으로 자체 영업인력을 대폭 줄인 결과다. 회사의 올해 상반기 급여총액은 지난해 말 대비 55%나 줄었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대표는 “전반적으로 공동생동에 대한 규제로 상위 제약사로 매출 쏠림현상이 가속화된 데다 의정갈등 여파로 영업활동 제약이 생기면서 재고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상반기에는 실적 방어가 비교적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반기에는 재고자산이 실적에 본격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