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기대에 다소 못미쳤던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발표에도 반도체 업종에 대한 믿음이 증권가에선 여전하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산업의 지속 성장에 따른 설비투자 확대가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이란 기대에서다. 증권가에서도 이에 따른 반도체 관련 장비 업체에 대한 분석을 새롭게 개시하며 서서히 AI 생태계 확장에 따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어닝서프라이즈(깜짝실적) 발표가 6분기째 이어지면서 각 증권사는 반도체 장비 및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커버리지를 확대하고 있다. 그간 증권사 차원에서 별도 분석보고서를 다루지 않았던 코스닥 중소형주까지 분석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그간 엔비디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주역인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이어졌던 생성형AI 열풍이 소비자(B2C) 영역으로 점차 넓어질 것이란 기대에서다.
가장 먼저 주목받는 섹터는 반도체 전공정 분야다. SK증권은 지난 27일 원익IPS, 주성엔지니어링, 솔브레인을 커버리지로 신규 편입하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전방 투자에 대한 기조가 변화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HBM향 캐파 할당이 늘어나는 동안 신규 투자가 부재했던 만큼 범용 DRAM을 포함한 설비 투자 전반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KB증권,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역시 엔비디아가 깜짝 실적을 내놓기 시작한 안팎으로 원익IPS 등 반도체 장비 업체에 대한 커버리지를 넓혀 둔 상황이다. 이동주 SK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투자 사이클에서 가장 먼저 온기가 나타나는 곳은 전공정 장비”라면서 “결과적으로 전방의 메모리 자본지출(capex) 확대 전략은 불가피하며 소부장 업체의 낙수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DS투자증권도 28일 보고서를 내고 관련 종목을 대거 편입시켰다. 아이폰16 등 AI 관련 디바이스 출시 확대를 예상하며 전기전자 업종까지 분석 범위를 확대했다. 스마트폰과 PC의 기기당 메모리 탑재 용량 증가가 예상되고 3D패키징 시장 성장에 따라 장비주에도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DS투자증권은 파크시스템스, 피에스케이홀딩스, 리노공업, 비에이치를 새로 편입하며 매수 의견을 제시했다.
운용업계도 향후 AI 열기 확산에 대비해 관련 상품군을 준비해 둔 단계다. 전공정-후공정-패키징까지 AI반도체 공정 전반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를 설정해뒀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주가 상승세가 한창이던 시점에 최초 설정한 탓에 현재 수익률은 상당히 떨어진 상태”라면서도 “향후 AI경기 확산에 따라 수혜를 볼 수 있는 장비주에 고르게 분산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도록 사전에 상품을 설계했다”고 전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지연을 기존 제품을 통해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은 AI가 피크아웃은 커녕 확장 기대감이 유효하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이번 엔비디아의 조정이 관련주들의 단기 주가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계기는 될지언정 펀더멘털(주문과 이익 전망)에 끼칠 변화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