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난세에도 변하지 않는 것, 온투금융의 본질

백건우 PFCT 온투사업총괄 상무
백건우 PFCT 온투사업총괄 상무

'티메프' 사태 후폭풍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까지 강타하며 온투금융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갑다. 온투금융사는 출범 10여년이 지났고 2019년에 제도권 금융에 편입되었으나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아직도 금융시장에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몇 건의 사건들로 인해 바람 부는데 비까지 뿌려 뼛속까지 추위가 스며드는, 그야말로 풍운처처(風雨凄凄)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해 금융 본연의 의무를 다하고자 그간 전심전력해온 많은 온투금융사들이 오히려 시장과 소비자들로부터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온투금융은 중금리, 씬파일러·소상공인 대출-투자 연계 등을 통해 전통 금융시장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포용성을 강화하고자 출발했다. 우리나라 금융 취약계층 현황을 보면 은행과 같은 전통적 기관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소상공인, 벤처기업 등의 비중이 높다.

문제는 2금융권에서까지 돈을 빌린 자영업자들이 높은 금리와 소비 부진 등에 속속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금융업권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이미 9~10년 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고, 특히 저축은행 연체율은 거의 10%에 다다랐다. 실제로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대출자 10명 가운데 6명은 3곳 이상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로, 이들은 평균 4억2000만원에 이르는 빚을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건전성을 갖춘 온투금융사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필요성을 일찍이 파악하고, 이들을 위한 포용금융 상품을 고안해 선보여왔다. 온투금융 플랫폼이 중저신용자인 자영업자,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일종의 공급망 역할을 해온 것이다. 이를 통해 자영업자들은 단기간의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불필요한 대출을 줄이는 동시에 현금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해 자금 흐름을 관리할 수 있었다. 금융 소비자들은 전통 은행권에서만 취급할 수 있었던 카드매출채권(선정산)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온투금융의 본질은 '보통 사람을 위해' 금융업계의 본질적인 숙제를 풀어내고, 이를 통해 지금까지 불가능했던 '보통이 아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러나 최근 일어난 일부 온투금융사들의 정산지연 사태로 온투금융업 자체의 사회적 가치와 본질이 호도되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작금의 사태가 있었음에도 온투금융의 태초 목표와 가치를 잃지 않아 왔던 플랫폼들은 흔들리지 않고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나아가 지금 이 순간에도 기존 금융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해 궁극적으로는 상생 금융 생태계 조성에 일조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과 영국의 사례를 보자. 이미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투자·대출시장을 개척 및 확대해오고 있다. 소피(SoFi), 펀딩서클(Funding Circle), 온덱(OnDeck)과 같은 대표적 성공사례만 보더라도 그 수혜자는 모두 중저신용자, 씬파일러,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해당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한국의 온투금융 시장은 아직도 격변의 시기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이 난세 속에서 금융 포용성 확대를 위한다는 명약관화한 온투금융의 사회적 미션과 본질을 지켜 나간다면 전통 금융에서 소외된 영역을 정교하게 메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기술 역량을 갖춘 온투금융사가 사회변화와 맞물린 혁신적인 투자-대출을 지속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온투금융업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보다 긍정적으로 개선되고 제도적 지원, 기술혁신이 함께 동반돼 포용금융의 저변이 확대되길 기대한다.

백건우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 온투사업총괄(CLO) 상무 gunwoo@pf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