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경부지하고속도로가 현실로 다가온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지하를 통해 서울과 경기도 용인을 잇는 고속도로의 현실화가 한 발 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월 22일 경부고속도로 기흥IC∼양재IC구간 지하화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가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사업추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부지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우리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경부지하고속도로가 주는 가장 큰 혜택은 고속도로 교통정체의 해소다. 사업 구간인 기흥~양재 구간은 극심한 상습 정체 구간으로 도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용량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현재 교통량은 14.9 ~ 21.4만대/일로 10차로 기준 평균 적정 교통량인 16.8만대/일을 초과한 곳이 많다. 많은 구간이 평균 주행속도가 50km/h에 미치지 못해 고속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상황으로 특히 서울 방향은 출·퇴근 시간을 포함한 모든 주간 시간대에서 정체가 발생하고 있다.

경부지하고속도로가 개통되면 도로 용량이 대폭 증대되어 상습 정체의 근본적인 해소가 가능해진다. 장거리 교통량은 하부로 일반 교통량은 상부로 효율적인 분산이 이루어져 기존의 정체가 혁신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지상의 교통량은 2.3~5.7만대가 감소해 적정 서비스 수준으로 개선되고, 기흥에서 양재까지의 통행시간 또한 약 30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용인서울 및 분당수서고속도로, 신수로 등 경부고속도로 주변의 상습 정체 구간의 부가적인 교통개선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이를 통한 통행시간 및 차량운행 비용 절감 등을 통한 편익은 연간 약 23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주변 수도권 고속도로 연장대비 사고 건수.(자료=한국도로공사)
주변 수도권 고속도로 연장대비 사고 건수.(자료=한국도로공사)

경부지하고속도로는 정체 해소뿐 아니라 교통사고도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경부고속도로는 많은 교통량이 밀집되고 있으며, 중대형 버스의 비율이 수도권 고속도로 평균 대비 약 2.8배 높아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구간이다. 사업 구간의 교통사고 발생량은 연간 461건, 연장 대비 사고 건수로 환산 시 17.7건으로, 주변 고속도로의 연장 대비 평균 사고 건수(6.85)보다 2.5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경부지하고속도로는 상하부로 분리된 장·단거리 교통량 분산을 통해 교통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인 혼잡과 밀집도를 완화시킨다. 지상은 교통 혼잡이 완화됨에 따라 버스 통과 교통의 효율성이 증대되고, 버스전용차로(1차로)와 일반 주행차로간의 속도편차가 개선되어 차로변경에 따른 대형차량의 사고 위험성이 줄어든다. 지하는 강우·강설, 안개 등 기상조건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분·합류부 간격이 넓어 감속과 지체가 줄어들어 차량의 주행 안전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연간 약 33억원의 교통사고 절감에 따른 편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경부지하고속도로는 교통문제 개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도로로 인한 도시단절 문제 해소, 도시재생 사업 지원 등 도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이 되기도 한다.

기존 상부도로와 여유 부지에 녹지 및 생태공원을 조성해 도시환경 개선 및 재생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고속도로 일부 구간(1.2㎞)을 지하화하고 상부공간에 대규모 녹지공원을 조성하여 쪼개졌던 두 개의 도시(동탄1·2 신도시)를 연결하는 것으로 도시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경부선 동탄터널은 이에 대한 좋은 사례다.

그러나 기존 고속도로의 문제점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경부지하고속도로 사업이 가지는 현실적인 고민은 비용이다. 경부지하고속도로 사업은 기흥에서 양재까지 총 연장 26㎞에 이르는 초장대 대심도 지하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전체 사업비는 총 3조7000억원에 달한다.

동탄터널 상부공원 조성 조감도.(자료=한국도로공사)
동탄터널 상부공원 조성 조감도.(자료=한국도로공사)

물론 경부지하고속도로 사업은 단순히 소요되는 비용과 경제적 편익만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지하화를 통해 확보되는 부지를 입체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재탄생시켜 경제성을 높일 수 있고, 도시 단절 해소와 도시환경 개선 및 재생으로 발생하는 사회적·문화적 이익도 함께 평가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비용 부담에 대한 현실적 문제는 고려되어야 한다. 경부지하고속도로 건설 사업의 투자 규모는 크지만, 기존 노선을 개선하는 것이기에 통행료 수입이 추가로 증가하기가 어렵다. 이에 대한 고민을 미리 준비하는 것으로 고속도로 이용객과 지역주민에게 큰 혜택을 가져다 줄 경부지하고속도로가 안정적으로 건설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9년째 동결 중인 고속도로 통행요금의 현실화를 검토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제2차 고속도로 건설계획에 따라 지하고속도로 사업을 추진 중인 곳은 경부고속도로 외에도 중점사업에 해당하는 경인인천-서울·수도권제1순환구리-성남 2개 노선과 일반사업인 영동선용인-과천노선이 있다. 고속도로가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 나갈 동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며 그 변화의 시작은 대심도 지하고속도로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

〈필자〉 함진규 사장은 인하대 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6대 경기도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한나라당 경기도당 공천심사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중앙당 수석부대변인, 새누리당 시흥시갑 당협위원장 등을 지냈다. 19대 총선에서 경기 시흥갑에 출마해 당선됐으며 19~20대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이 기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으며 새누리당 대변인,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 등을 맡았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 예비캠프 수도권대책본부장을 담당하기도 했다. 2023년 2월 한국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