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두산밥캣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은 철회했지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켓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밑으로 옮기는 방안은 추진하기로 했다. 원전 호황기를 맞이한 상황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생산설비 증설을 위한 투자여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다만 분할합병 비율 등 우려 지점이 남아있다.
1일 두산그룹에 따르면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는 각각 이사회를 소집해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한 뒤 합병하는 것이 골자였다.
사업재편 계획안이 공개된 이후 금융당국 등에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주식 교환 비율을 1대 0.63으로 책정됐는데 두산밥캣의 가치 저평가, 두산 영향력 강화 방식 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금감원이 2차례에 걸쳐 합병안에 대한 정정요구를 했고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등 단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두산그룹은 그간 '합병 철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악화된 여론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합병안 철회 결정을 내리게 됐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밥캣을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산하로 옮기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은 지속 추진한다. 이를 통해 그룹의 핵심인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향후 5년 내 3기의 원전 수주를 예상했지만 5년내 10기 내외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로 역시 데이터센터 확장 등으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생산능력 확대가 절실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을 통해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분할 과정에서 설립될 신설법인에 차입금 7000억원을 넘기게 된다. 또 비영업용자산 등을 처분하면 5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1조원 규모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설비 투자를 적기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넘어야 할 산은 여전하다. 인적분할로 탄생할 신설회사의 가치 책정 등이 도마 위에 오른만큼 분할합병 비율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두산 측은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내용을 반영해 정정신고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주주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기존 주주들이 캐시카우인 두산밥캣을 떼어내는 것에 반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두산 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기 위해서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인적분할에 대한 기존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의 핵심 자회사였기 때문에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의 인적분할 반대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결국 손자회사로 머물게 됨에 따라 인수합병(M&A) 등 당초 계획했던 방향으로 가지 못하게 됐다”면서 “현재 남아있는 작업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를 살리자는 것”이라고 했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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