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는 현대인들에게 용기를 주고싶다는 생각이 컸다” 30년 가까운 세무관련 공직자 생활에서 소설가로 변신한 전군표 작가가 대표작 '효옥'에 담은 메시지를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울 광교세무법인에서 전군표 작가와 인터뷰를 가졌다. 전군표 작가는 1979년 행정고시 합격과 함께 2007년 국세청장 퇴임까지 28년간 세무공직자로 활동해왔다. 전군표 작가는 현재 광교세무법인 회장, DB.Inc · 주식회사 위니아 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전군표 작가는 지난 2021년 발표한 첫 소설 '효옥'을 통해 제 1회 이윤기문학상(2024)을 수상, 작가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효옥'은 조선왕조실록 속 '계유정난' 기록에 등장하는 성삼문의 딸 '효옥'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특유의 기승전결을 명확히 한 서술 전개와 함께, 실록에 근거한 고전 문체 특유의 사실적 질감으로 당대의 분위기와 주인공 '효옥'의 인생역정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김시습, 성삼문, 예종 등 실제 인물들을 등장시켜 다양한 위기들을 마주한 주인공의 당찬 의지와 기지로 삶의 이유와 의미를 명확히 제시했다.
전 작가는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주요 의미와 작가의 삶을 이야기했다.
-최근 제1회 이윤기문학상을 수상했다. 소감은?
▲처음에는 사양했다. 참여정부 시절 함께 했던 이정우 교수(경북대 명예교수)가 극찬한 '한글을 가장 잘 다루는 천재' 이윤기 작가를 기리는 문학상의 초대 수상자라는 타이틀이 과분하게 느껴졌다.
-작가 입문계기?
▲공직에 있으면서 매년 나오는 신춘문예 소설집 등 문학 쪽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다 퇴직 이후 영월 청령포를 여행하던 중 사육신과 단종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써 봐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의 공직 생활이 너무 바빠서 책을 쓸 엄두는 내지 못했지만 퇴임 후에 글쓰기에 빠져들었던 것 같다.
-8년 만의 역작 '효옥', 출간하기까지의 과정은?
▲ 사육신과 단종, 수양대군에 얽힌 이야기들을 정리하면서 성삼문의 딸 '효옥'이 노비가 되고 면천됐다는 두 대목을 보고 가슴이 아팠고 깊게 관심을 두게 됐다. '불사이군'의 신념을 위해 수양대군의 회유를 다 거절한 사육신의 절개 이면에 참혹한 시기를 겪었던 가족들의 이야기가 실명으로 기록됐다는 점에서 특별함이 느껴졌다. 그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여러 자료조사와 함께 5년간 쭉 써 내려가다 보니 550페이지 이상의 분량이 나왔다. 이후 2년 정도 가다듬어서 세상에 내게 됐다. 출간하는 과정에서 많이 다듬어져서 아깝기는 하지만 핵심이 다 담겨 위안이 된다.
-'효옥'의 문체는 고전소설과 무협의 중간점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자 중심의 문어체 서술이 많다. 이유가 있나?
▲역사소설 속 사실성을 강조하면서, 감정선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함이 크다. 물론 초고 당시에는 각주도 더 많았고 표현들도 더 많았지만, 독자들의 이해와 가독성을 위해 좀 줄였다. 하지만 소매 아랫부분을 뜻하는 '배래기'나 '모들뜬 눈' 등 정확히 묘사할 필요가 있는 부분들은 실록에 있는 단어들을 그대로 활용하는 등 의도적으로 넣었다.
-생략된 부분 중 기억나는 부분은?
▲예종의 짧은 생애를 다른 시선으로 돌리면서 '효옥'이 면천되는 부분을 만들어내기 위해 고민했던 6개월간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쉬움 측면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단종의 청령포 장면에서 는개가 가득한 모습을 묘사했던 것들을 많이 덜어내서 가장 아쉽다. 또한 '효옥'에 대한 집중도를 위해 예종의 등극과 개혁과정, 공신들과의 다툼 등 많은 이야깃거리를 고쳐 쓴 것 또한 기억난다. 더 보충했다면 전개 속도나 사실감이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 내적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왜 '효옥'인가?
▲성삼문과 사육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했던 주제기도 하고, 좌절하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책 속에서 김시습, 성삼문, 예종 등이 효옥에게 “죽지 말고 살아라”라고 말하듯, 자신과 무관하게 주어진 어려운 삶을 나름대로 극복하는 희망적인 모습이 잘 받아들여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효옥'을 쓰면서 느꼈던 점은?
▲생각을 정리하게 되기도 했고, 실록 공부와 함께 조선 시대의 기록문화에 감탄하게 됐다. 애초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수양대군, 단종의 이야기는 야사를 많이 다루는데, 실록을 읽으면서 적나라하다 할 만큼 세세한 사실 기록들로 조선 시대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있었다. 물론 세조실록부터 사관의 실명을 써넣도록 한명회가 지시하여 여러 사관이 죽은 '민수사옥(閔粹史獄)' 이후에는 사실 기록의 기조가 퇴색됐다 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 시대의 기록이 현시대 보다도 더 기록이 많다는 점에서는 그만큼 기록이 중요하다는 의미가 있다.
-공직자 출신이자 세무전문가로 사는 삶 이면에 있는 작가 전군표는 어떠한 사람인가?
▲작가라는 호칭이 고맙기도 하지만, 아직은 과분하다 느낀다.
-신작 출간계획은?
▲역사소설은 경험상 시간이나 노력이 상당히 필요해서 안 쓸 것 같다. 다만 사람 간의 사랑이나 인구소멸 등의 토픽과 함께 물질만능주의 시대를 관통하는 내용의 글은 써보고자 한다. 또한, 지난해 자전거로 전국 일주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산과 강과 숲등 우리나라의 자연을 노래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우선은 납세자들이 겪는 납세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본업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틈틈이 자연스럽게 글을 쓰려고 한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