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에서는 ‘대한민국 보이그룹 G.O.A.T.(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 역대 최고라는 뜻)는 누구인가?’를 두고 종종 논쟁이 벌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이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름이 빅뱅과 방탄소년단이다.
물론 지금 여기서 둘 중 누가 보이그룹 G.O.A.T.인지를 가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후보로 빅뱅이 거론되는 이유는 흥미롭다.
빅뱅을 지지하는 쪽이 이들을 보이그룹 G.O.A.T.로 꼽는 근거가 바로 ‘대중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대중성’은 참 미묘한 단어다. 대중성을 측정하는 기준을 단순히 ‘차트 1위’라고 한다면 국내 존재하는 거의 모든 차트 1위를 경험한 것도 모자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빌보드 HOT100과 빌보드 200을 모두 점령한 방탄소년단보다 앞서는 그룹은 없어야 정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은 ‘대중성 역대 최고는 빅뱅’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 이는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대중성의 기준은 대략 이런 것이다. ‘실제로 거리에서 나이와 성별 상관없이 무작위로 사람을 뽑아 노래를 들려줬을 때, 누구의 곡을 더 많이 알 것 같으냐?’, ‘K팝 보이그룹의 무대 위 애티튜드와 이미지를 완성한 것이 누구인가?’ 등이다.
즉, 빅뱅이라는 그룹이 K팝과 대중음악 신에서 지니는 상징성과 더불어, 이들의 음악은 팬덤을 넘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기는 일상의 영역까지 자리 잡았다고 보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성적을 떠나 빅뱅이라는 이름만 꺼내도 ‘우와! 빅뱅?! 빅뱅 좋지!’라는 반응을 끌어내는 그룹은 빅뱅이 유일하다는 논리다.
그리고 지난 8월 31일과 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태양의 단독 콘서트 ‘The Light Year(더 라이트 이어)’는 이들이 주장하는 ‘대중성’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이날의 콘서트는 빅뱅이 아니라 태양의 이름을 걸고 진행한 것이었지만, 빅뱅이라는 그룹이 지닌 ‘대중성’은 각 멤버에게도 유효했다.
실제로 관객의 90% 이상이 젊은 여성 팬인 여느 보이그룹의 콘서트와 달리, 태양의 콘서트를 찾은 관객은 남녀의 비율이 거의 반반에 가까웠고, 또 그 연령대도 10대부터 4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빅뱅과 태양이라는 그룹의 음악이 특정 팬덤이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폭넓게 사랑받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특히 이날 콘서트에서는 남성 관객에게서 ‘사랑해’, ‘너무 보고 싶었어’라는 콜이 끊임없이 터져 나왔고, 태양 역시 특유의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로 화답해 큰 환호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
단언컨대 ‘남성 관객’에게 이토록 많은 ‘사랑해’ 콜을 받는 ‘보이그룹’은 빅뱅이 유일할 것이다.
빅뱅과 태양의 ‘대중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은 또 있었다. 태양이 2009년 발표곡 ‘Where U At(웨얼 유 앳)’의 무대를 마친 후 “혹시 여기 2009년생도 있나?”라고 묻자, “그렇다”라는 대답이 사방에서 터져 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세대를 초월한 인기’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와 함께 태양의 이번 콘서트의 백미 중의 백미는 역시 빅뱅 멤버와의 무대였다. 첫날인 8월 31일에는 ‘눈물뿐인 바보’의 무대에 대성이 깜짝 등장해 태양과 함께 ‘BANG BANG BANG(뱅 뱅 뱅)’, ‘FANTASTIC BABY(판타스틱 베이비)’, ‘WE LIKE 2 PARTY(위 라이크 투 파티)’의 무대를 선보여 엄청난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대망의 9월 1일 공연. 이날 공연에는 대성은 물론이고 오랫동안 무대에서 보기 어려웠던 지드래곤을 무대 위로 소환하며 3인조 빅뱅을 완성했다.
빅뱅의 나머지 멤버가 일탈과 비행으로 합류가 불가능한 것을 고려할 때, 사실상 ‘빅뱅의 재결합’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었다.
또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장면이 퍼지자 온라인에서도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태양과 지드래곤이 함께한 ‘GOOD BOY’와 태양, 지드래곤, 대성이 함께한 ‘WE LIKE 2 PARTY’의 영상은 각종 커뮤니티 인기글에 등극했고, 이를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전설로 회자되는 2014년 MAMA의 ‘GOOD BOY’ 무대도 다수 업로드됐다.
또 해당 영상에는 수십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며 지금 이 순간까지도 이들의 귀환을 환영하고 있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날 태양의 콘서트는 태양 본인은 물론 빅뱅이라는 그룹이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지니는 위상과 영향력을 새삼 일깨워주는 현장이었다.
사실 이날 태양의 콘서트는 올림픽홀이라는 비교적 작은 공연장에서 펼쳐졌지만, 공연장의 규모를 따지는 것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 태양과 지드래곤, 대성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면 국내에서 가장 큰 공연장도 좌석이 부족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와 별개로 오히려 올림픽홀이어서 더욱 가깝고 쾌적한 관람이긴 했다.)
‘레전드’라는 수식어를 가져가기 위해선 전성기 시절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현재의 활동이나 성적과 무관하게 다시 모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을 열광케 하는 영향력과 대중성 또한 갖춰야 한다.
그런 면에서 빅뱅과 태양, 지드래곤, 대성은 분명 레전드의 영역에 들어섰다. 그리고 태양의 콘서트는 이를 다시 한번 증명한 자리였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