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껍질째 먹는 과일이 뜬다

김지성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김지성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새콤달콤한 과즙이 가득한 과일은 맛도 좋지만 각종 비타민과 섬유질 등 우리 몸에 좋은 성분이 풍부하다. 특히 과일에 들어 있는 항산화 물질인 '피토케미컬(phytochemical)'은 노화 방지, 면역기능 향상, 발암물질 해독, 스트레스 완화 등에 효과가 뛰어나다.

과일을 가장 건강하게 먹는 방법은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것이다. 과육보다 껍질에 영양소가 더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다. 사과는 예전보다 껍질째 먹는 경우가 많이 흔해졌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과일은 껍질을 까고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껍질을 까고 먹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혹시 농약이 묻어있지는 않은지 걱정 때문이다. 사실 과일의 99.8% 이상은 잔류 농약이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치 이하다. 만약 아주 미량의 농약이 남아 있더라도 과일용 세척제로 씻으면 대부분 제거된다.

두 번째는 두꺼운 껍질을 씹을 때 느끼는 텁텁하고 오돌토돌하며 약간의 질긴 듯한 식감 때문이다. 과일의 껍질이 건강이나 영양 측면에서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먹기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농촌진흥청에서는 껍질의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하면서 껍질째 먹어도 맛이 달고 식감이 부드러운 다양한 과일 품종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그 중에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배 품종으로 '조이스킨'이 있다. 껍질 두께가 일반 배의 3분의 1 수준으로 얇고 크기도 작아 껍질을 깎지 않고 먹을 수 있다. 당도가 15.2브릭스로 매우 높으며 과육이 부드러워 아이들 간식이나 급식용 디저트로 안성맞춤이다.

포도 품종에는 '슈팅스타'와 '홍주씨들리스'가 있다. 두 품종 모두 씨가 없어 껍질째 먹을 수 있다. 달콤한 솜사탕 향이 나는 슈팅스타는 당도가 19.8브릭스에 신맛 함량은 0.31%로 샤인머스캣보다 더 달다. 특히 겉모양이 독특한데 포도알 색이 균일하지 않고 다양한 크기의 점들이 사방으로 퍼져 있어 마치 하늘에서 불꽃이 팡 터져 흩어지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빨간색 포도 홍주씨들리스는 당도가 18.3브릭스에 신맛 함량이 0.62%로 새콤달콤하다. 한 알의 무게가 6g으로 알이 크며 과육이 아삭하다.

껍질째 먹는 복숭아 품종은 겉은 천도이면서 속은 황도의 식감을 지닌 '옐로드림'이 주목받고 있다. '망고 복숭아'로 불리는 옐로드림은 다른 품종에 비해 당도는 13.1브릭스로 2브릭스가량 높고 신맛 함량은 0.25%로 3분의 1정도 낮아 시지 않고 달콤하며 망고처럼 부드럽다.

껍질째 먹는 단감 품종도 있다. 우리나라 단감 재배면적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도입 품종 '부유'를 대체하기 위해 육성된 '연수'다. 껍질 두께가 부유의 절반 수준으로 얇고 당도는 17.0브릭스로 부유의 14.5브릭스보다 훨씬 높다.

키위도 껍질째 먹을 수 있는 품종이 있다. 키위와 다래를 교잡해 개발한 작은 키위 삼총사 '녹가' '그린몰' '스키니그린'이다. 껍질에 털이 없어 깎지 않고 먹을 수 있으며 기존 다래보다 2배 이상 크고 당도는 15~18브릭스로 매우 달다.

1~2인 가구 증가와 함께 최근 간편하면서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껍질째 먹는 과일은 껍질의 풍부한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할 수 있다는 점, 껍질을 깎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바야흐로 과일 시장에 껍질째 먹는 과일이 뜨고 있다.

김지성 농촌진흥청 기술보급과장 7seed@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