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수석과학자로 선정된 김유수 도쿄대 교수, 철학과 인지과학을 잇는 독창적 연구의 하콴 라우 RIKEN 팀리더가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에 합류한다.
IBS는 9월 1일부로 융합 분야 신규 연구단장 2인을 새롭게 선임했다. 김유수 교수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캠퍼스에 위치한 양자 변환 연구단 연구단장으로 선임됐다. 하콴 라우 팀리더는 성균관대에 위치한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의 공동 연구단장으로 선임돼 김성기 단장과 함께 연구단을 이끈다.
김유수 신임 단장은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 응용화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RIKEN과 도쿄대에서 연구를 이어왔으며, 2015년 RIKEN에서 연구자로는 가장 높은 직책인 수석과학자에 선정돼 표면 및 계면과학 연구실을 이끌어 왔다. 한국인 과학자로 이 자리에 오른 것은 김 신임 단장이 처음이다. 2022년에는 도쿄대 응용화학과 교수로 임명되기도 했다.
김 단장은 표면 및 계면화학 분야를 대표하는 세계적 연구자로 꼽힌다.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이용해 물질 표면·계면에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관찰하고 연구한다.
김 단장이 이끌 양자 변환 연구단은 양자 상태 간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계측·제어하는 혁신적 방법론을 개발해 양자 변환 현상에 의해 발현되는 혁신적 기능과 물성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일 간 적극적인 공동연구도 계획하고 있다.
김 단장은 “촉매, 배터리, OLED 등 인류에게 편의를 가져다준 기술의 기저에는 모두 고체 표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연구해 온 기초과학자들의 연구가 있다”며 “개인적으로 연구에 있어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시점에, 변화의 방향성과 IBS가 지향하는 바가 잘 맞아 귀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콴 라우 신임 단장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교수로 일했다. 2021년 일본 RIKEN 뇌과학 센터 팀리더로 부임했다.
라우 신임 단장은 심리학과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연구로 주목받은 연구자다. 1만7000회가 넘는 피인용 수, 64의 h-인덱스(개인 과학자의 연구 업적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 등 지표가 라우 단장의 인지도와 연구 영향력을 보여준다.
라우 단장은 IBS에 합류하며, 인간이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 다른 동물과 다른 근본적 이유를 찾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뇌의 미지 영역 중 하나인 전전두피질이 왜 다른 동물에 비해 인간이 잘 발달했으며, 지각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밝힌다는 계획이다.
라우 단장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에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자기공명영상(MRI) 물리학자인 김성기 단장이 있고, 또 거대한 질문을 풀어낼 수 있는 모든 도구가 갖춰졌기 때문에 합류를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다”며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이 축적해 온 뛰어난 뉴로 이미징 기술과 방법론을 활용해 기초 뇌과학 분야의 거대 질문들을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도영 IBS 원장은 “일본 정상급 연구자로 자리매김한 김유수 단장이 귀국해 IBS 양자 변환 연구단을 이끄는 만큼, 연구단이 국제 협력의 가교가 되어 글로벌 화학계 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믿는다”며 “물리학자와 신경과학자가 공동 연구단장을 맡게 된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은 앞으로 더욱 도전적인 융합 과학 연구를 실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