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바이오주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면서 기업 자금 조달 환경이 개선되는 것은 물론 기술이전 등 그간의 연구개발(R&D) 투자 성과가 속속 드러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바이오 제약 업종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업종은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사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알테오젠이 시가총액 1위로 올라선 가운데 HLB, 삼천당제약, 리가켐바이오, 휴젤, 클래시스 등 6개사가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6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11.23% 수준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셀트리온과 합병해 코스닥에서 편출됐던 연초까지만 해도 제약·바이오업종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린 제약·바이오기업은 HLB, 알테오젠, 셀트리온제약 정도에 불과했다. 코스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59% 수준에 그쳤다.
막대한 투자와 함께 성장하는 바이오 산업 특성상 최근 주가 상승은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촉발됐다. 단순히 환경 변화가 아닌 실제 성과가 동반되고 있다는 점에서 증권가의 관심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코스닥 상위 포진한 바이오 기업 뿐만 아니라 코스피 시장의 굵직한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제약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달 27일 장중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알테오젠은 2일 에코프로비엠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나흘만에 내줬지만 역대 최고 시가총액 기록을 꾸준히 갱신 중이다.
지난달 30일 기준 유한양행, 리가켐바이오, ABL바이오의 경우 연초 대비 시가총액이 각각 104.9%, 48.6%, 40.7% 상승했다. 2020년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의 각각 5%, 12%를 차지하던 제약·바이오업종의 비중은 8월 기준 각각 7%, 16%로 상승했다. 연초 대비 코스닥 지수가 11.4% 하락했지만, 코스닥제약 지수는 21.0% 상승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알테오젠의 목표주가를 직전의 21만원에서 40만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리가켐바이오와 ABL바이오 목표주가도 각각 14만원, 5만원으로 상향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다수의 신약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는 판단에서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업종 지수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보지 않는다. 내년까지도 지속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수의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가 지속적으로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