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인 비전옥스가 8.6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투자를 확정했다. 연내 착공에 돌입한다.
비전옥스는 최근 선전증권거래소에 “정부와 모든 당사자는 2024년 건설을 시작하는 데 동의했다”고 공시했다. 비전옥스는 허페이시 지방정부와 프로젝트 회사를 세우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지난 5월 양해각서(MOU)를 맺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섰다.
8.6세대 공장은 허페이시 신잔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 구축되며, 투자 규모는 550억위안(약 10조3750억원)이다. 목표 생산 규모는 8.6세대(2290㎜×2620㎜) 유리원장 기준 월 3만2000장으로, BOE가 진행하고 있는 수준과 같다. 이로써 중국 업체들의 확정된 8.6세대 투자는 생산 규모 기준 월 6만4000장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진행 중인 월 1만5000장과 비교하면 4배를 넘는다.
8.6세대 생산기술은 양산성 차원에서 큰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디스플레이에서 세대는 유리원장 크기를 뜻하는데, 유리원장이 커지면 하나의 원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가 늘어나는 면취효율 개선으로 이어져 패널 가격이 낮아진다. 14.3인치 태블릿 기준, 6세대 설비는 라인 1개에서 연간 450만대를 만들 수 있지만 8.6세대 설비로는 100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다.
중국이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서다. 비전옥스는 허페이시 정부 지원을 업고 8.6세대 경쟁에 뛰어들었다. 양측은 허페이 궈시안 테크놀러지라는 프로젝트 회사를 세우고, 이 회사를 통해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허페이시 정부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가 모든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가 40%, 신잔 하이테크 산업개발구 재정국이 모든 지분을 보유한 투자회사가 40%, 비전옥스가 20%의 지분을 갖는다.
BOE와 비전옥스에 이어 다른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도 8.6세대 투자에 나설 전망이다. 티얀마는 연내 투자계획 확정을 준비하고 있으며, CSOT도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OLED에 대해서도 중국의 투자 공세가 이어지며, 정보기술(IT)용 OLED 시장이 커지기도 전에 과잉공급 시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투자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이 같은 선상에서 규모 경쟁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