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섬유산업이 쇠락하면서 지난 30년간 경제 침체기를 겪어왔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과 개인소득은 아직도 전국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활력있는 청년인구가 지역을 이탈하는 바람에 지역 기업은 유능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제지표에서 전국 꼴찌라는 오명을 받았던 대구에 조금씩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지난 2년간 미래, 산업, 민생, 공간, 행정, 재정, 글로벌 등 시정 전 분야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섬유산업이 차지했던 지역산업지형은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 반도체, 모빌리티, 로봇, 헬스케어 등 5대 미래 신산업으로 자리바꿈하는 분위기다. 전통산업이 디지털과 접목하며 지역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꿔가고 있다.
민선 8기 반환점을 돈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으로부터 지난 2년 소회와 ABB 등 미래 신산업 육성방안, 지역 산업 디지털 대전환 등에 대해 들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민선 8기 2년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지난 2년간 대구가 다시 한번 우뚝 일어설 수 있도록 시정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 혁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점차 대구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대표적 성과는 새로운 하늘길과 철길을 열어줄 TK신공항과 달빛철도다. 여당과 야당의 초당적 협력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속도감 있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또 위기에 내몰린 대구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ABB 등 5대 미래 신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먹는 물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맑은물 하이웨이를 추진하는 등 대구 굴기를 위한 100가지 혁신의 틀을 모두 완성했다.
민선 8기 남은 2년은 대구혁신 100의 틀을 차곡차곡 채워나갈 계획이다. 대구에서 시작된 혁신 사례는 앞으로 대한민국 정책과 비전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선 8기 출범 후 5대 신산업 육성에 주력해왔다. 주요 내용은.
▲대구를 5대 신산업 중심으로 구조혁신하지 않고서는 침체된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주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한 결과 각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ABB 분야는 우선 SK컨소시엄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 AI데이터센터 건립에 대한 투자를 유치했고, 관련 기업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계기로 대구수성알파시티가 비수도권 최대 디지털기업 집적단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의 경우 대규모 생산시설이 필요 없는 기술력과 설계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 우수한 인력양성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수의 팹리스 기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량·전력반도체 세계 1위인 인피니언과 차량반도체 국내 1위 기업 텔레칩스, 반도체 설계자산기업 칩스앤미디어가 연구소를 설립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스트라티오 한국법인 에스티랩스와 미국 실리콘밸리 유니쿼화이 한국법인 아이디어스투실리콘이 법인을 설립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생태계가 갖춰지고 있는 셈이다.
모빌리티 분야는 오는 2030년까지 투자 1조5000억원, 매출 6조원 달성이 목표다. 이와 관련 지난해 7월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를 유치했고, SKT컨소시엄과 한국항공우주산업과는 도심항공교통(UAM)산업 육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외 로봇 분야는 지난해 8월 국가로봇테스트필드 조성사업 예타통과 이후 올해 사업시행자 선정 및 LH와 부지매입 계약 등 후속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헬스케어 분야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를 기반으로 디지털 융합을 통해 뇌, 치과산업 중심의 차별화된 산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ABB 분야는 민선 8기 취임 직후부터 집중해온 분야다. 어떤 성과가 있었나.
▲세계는 현재 디지털 대전환 시대다. 경쟁력의 원천이 기존 하드웨어(HW) 중심에서 AI와 반도체로 상징되는 디지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디지털 비전을 선포한 것도 대구가 이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ABB 기업이 집중돼 있는 대구수성알파시티는 지역 디지털 혁신거점으로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ABB 관련 인프라로 지난해 말 블록체인 기술혁신지원센터가 오픈했고, 지난 5월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ABB글로벌캠퍼스가 문을 열었다.
수성알파시티는 현재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입주기업이 2019년 44개에서 현재 243개로 늘었고, 매출도 2019년 822억원에서 1조320억원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
대구지역 기존 제조업과 의료 분야에 AI를 접목해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는 융합혁신도 속도를 내고 있다. AI와 바이오간 융합으로 지난 3월 AI기반 뇌질환 치료연구센터가 설립 협약을 맺었고, AI와 제조업간 융합으로는 지난해부터 오는 2026년까지 508억원의 사업비로 AI기반 공정혁신 시뮬레이션센터 구축, ABB 실증팩토리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역 기업들이 핵심개발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수 인력이 지역에 머물러 지역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5대 신산업 중심으로 산업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관련 분야 양질의 일자리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많은 기업이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와 관련 현재 교육부에서는 내년부터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통해 대학 지원의 행정·재정권한을 지자체에 부여하는 등 지역에 맞는 특화된 대학지원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할 수 있도록 권한 이양을 준비 중이다.
대구시는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대학정책국을 신설, 지역 대학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향상을 지원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신산업 육성 방향과 연계한 라이즈 계획을 수립, 첨단분야 핵심인재 양성기반을 구축해 나가겠다.
또 지역 기업 수요에 발맞춘 산·학·연 협력으로 현장 중심 실무형 인재를 양성해 지역 내 취·창업 및 정주여건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신산업 분야 전시와 포럼을 하나로 통합한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가 오는 10월 대구에서 열린다. 준비 상황과 기대 효과는.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 전 세계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산업간 경계가 무너지고, 이업종간 융복합이 활발하다.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는 미래모빌리티엑스포와 ICT융합엑스포, 로봇산업 전시회 등을 통합한 혁신기술 플랫폼으로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각 산업분야별 대표 기업들이 부스로 참여하고, 국내외 저명 연사들로 구성된 콘퍼런스를 동시 개최해 국내 최고의 비즈니스 및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FIX 참가 확정기업은 300곳에 육박하고 있다. 부스유치 실적이 80%를 넘어섰다. 행사 준비도 순조롭다.
FIX 기간동안에는 세계 최대 창업투자 기관인 플러그앤플레이(PNP)와 연계해 투자서밋을 국내 최초로 대구에서 개최한다. 지역의 혁신 스타트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FIX는 관람객들이 미래 혁신기술을 현장에서 체험할수 있도록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관을 운영한다. UAM과 스마트신공항, 미래모빌리티, 휴머노이드로봇, AI휴먼, 디지털 트윈 등 곧 일상에서 접하게 될 미래 신기술을 대구시민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수성알파시티와 대구국가산단 등이 기회발전특구로 지정됐다. 각 지구별 차별화된 발전 전략과 과제는.
▲지난 3월 대구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구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대구 동부(수성알파시티)는 AI와 디지털산업 거점으로, 서남부는 로봇과 모빌리티산업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구시는 이에 대응해 수성알파시티와 대구국가산단, 금호워터폴리스 등 3개 지구(83만평)에 4조2500억원 규모 기회발전특구를 신청했고, 지난 6월 최종 지정됐다. 디지털과 제조간 융합을 통한 지역산업 동반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된 셈이다.
디지털 특구인 수성알파시티는 비수도권 최대 규모 디지털기업 집적지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고, 첨단제조특구 대구국가산단은 모터 소부장 특화단지 및 국가로봇테스트필드 등과 연계해 엘앤에프 등 6개 기업이 2조9817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아울러 금호워터폴리스는 서남부권 제조단지와 동부권 디지털단지를 연결해 제조-디지털 벨트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리고 향후 제2국가산단, 군위 신공항 산단 등을 미래산업 공간으로 확대해 대한민국 남부 거대경제권 구축의 토대로 삼을 계획이다.
-끝으로 얼마 전 민선 8기 출범 2주년 여론조사에서 시민들로부터 긍정평가를 받았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대구시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시정전반에 대한 여론조사였다. 대구시민 60.6%가 시정전반에 긍정 평가를 내렸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시민 57%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20~30대 지지율이 높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30대의 경우 긍정평가가 73%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모든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70%대 지지를 받은 것이다.
긍정 평가 이유는 지난 2년간 숨가쁘게 추진한 100가지 시정혁신을 시민들이 체감해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특히 변화에 가장 민감한 청년층에서 빠르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가 청년이 떠나는 도시에서 청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2년간 대구가 청년들에게 기회의 도시가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