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이 기계를 만드는 공작기계의 핵심인 '컴퓨터수치제어(CNC) 시스템용 구동계'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CNC 시스템은 컴퓨터를 통해 수치 정보를 처리하고 공작기계의 위치와 속도, 회전 등 모든 기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전자모듈로 컴퓨터 CPU와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 기계 산업의 아킬레스건은 핵심 부품의 높은 해외 의존도다. 특히 공작기기 CNC 시스템은 95% 이상 일본과 독일에서 수입하고 있을 정도로 국내 기술 환경이 열악하다.
이에 산업부를 중심으로 KERI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출연연과 연세대, 단국대 등 10개 대학, CNC 시스템 기술 공급업체 8곳 등 국내 산·학·연이 힘을 모아 855억원 규모의 '제조장비시스템 스마트 제어기 기술개발사업'을 2020년부터 진행했다.
그 중 KERI가 맡은 구동계 기술은 CNC 시스템에서 팔다리 역할을 수행하고 가격 기준으로도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핵심 기술 분야로 손꼽힌다.
구동계는 어떤 소재를 깎거나 혹은 어떤 하중이 걸리더라도 모터와 드라이브 등이 일정한 속도와 위치를 유지해야 한다. 작업 정밀도도 수십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수준으로 눈이나 손으로 확인할 수 없는 오차를 레이저나 3D 스캔장비 등으로 측정해야 한다.
10여년 넘게 전기기계 시스템 분야 정밀제어 연구 역량을 축적해 온 KERI는 구동계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서 국산화에 성공했고 공작기계 대표 기업인 현대위아, 디엔솔루션즈 업무 현장에서 실증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구팀은 꾸준한 연구과 다양한 기업 실증을 통해 구동계의 정밀도를 나노미터(㎚, 10억분의 1m)급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인공지능(AI) 및 자동화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구동계 기술을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 구동되는 산업용 로봇도 실증화한다는 목표다.
김홍주 KERI 정밀제어연구센터장은 “기존 제조업은 물론 미래 모빌리티, 로봇 등 국가 전략산업이 대부분 정밀 기계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가공하는 장비, 기기의 기술 경쟁력이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며 “공작기기 구동계는 가공제품의 생산성, 정밀도,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 구성품으로 국산화를 통해 외산 제품 기술 종속을 줄이고 연간 3000억원대 수입 대체효과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창원=노동균기자 defros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