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까지 둔화하며,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햇과일이 출시되며 석유류,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크게 둔화된 영향이다. 다만 배, 사과 등 일부 과일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5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2.0% 상승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뒤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석유류 물가는 국제유가 하락과 작년 가격상승 기저효과 등으로 전년동월비 상승폭이 8.4%에서 0.1%로 8.3%포인트(P) 축소됐다. 반면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는 16.8% 오르며 2022년 7월(21.4%)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폭염 등으로 채소류 가격이 전년동월비 16.3% 상승했으나, 햇과일 출시 등으로 과일류 가격이 0.7% 하락하며 전체적인 상승폭이 전년동월 5.5%에서 2.4%로 2.1%P 축소됐다. 7월 21.3%를 기록했던 신선과실 상승률은 지난달 9.6%로 둔화지만 배(120.3%), 사과(17.0%) 등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변동성이 높은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전년동월비 2.1% 상승했다. 전월(2.2%) 보다 0.1%P 상승 폭이 줄었고, 2021년 11월 1.9%를 기록한 뒤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도 전년동월비 2.1% 상승했다. 전월(3.0%) 보다 0.9%P 상승 폭이 둔화하면서 지난해 7월 2.0%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기상이변, 국제유가 불안 등 추가 충격이 없다면 소비자물가는 2% 초반으로 안정될 전망”이라면서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내수회복 가속화 등 체감 민생 개선과 물가안정 기조의 확고한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석이 다가오면서 성수품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배추·무, 사과·배 등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인 17만톤 공급하고, 700억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추진하는 등 물가 안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달말 만료 예정인 바나나·망고 등 수입과일 10종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해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