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표지의약품을 초저온 보관할 수 있는 용기가 개발됐다. 약품 장거리 운반의 길이 열려 해외 수출이 가능해졌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조은하 동위원소연구부 박사팀이 방사성 표지의약품인 '캐리엠아이비지(131I) 주사액' 수출을 위한 초저온 운송용기를 개발해 북미, 유럽, 아시아 세 대륙 운송 시험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방사성 표지의약품은 신경모세포종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 치료제로 사용된다. 국내에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실제 환자에 쓰는 치료제는 원자력연의 캐리엠아이비지(131I) 주사액이 유일하다.
방사성 표지의약품의 문제는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기존 용기는 유효기간이 3일에 불과해 국내 유통만 가능했다. 캐리엠아이비지(131I) 주사액 운반에는 방사선 차폐, 움직임 제어 완충장치, 영하 60도 이하 초저온 상태 조건이 필요하다. 의약품 방사선이 외부 유출돼서는 안 되며 낙하나 뒤집힘 등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제어해야 한다.
연구팀이 개발한 초저온 운송용기는 가로·세로·높이 50㎝ 규격 용기로, 초저온 환경인데다 작은 충격에도 대비한 설계가 특징이다.
의약품이 들어가는 원통형 납 용기 주변으로 보냉용 단열재 박스를 배치했다. 납 용기와 박스 사이에 드라이아이스를 넣어 초저온 환경을 구현했다. 박스 외부는 차폐재로 감싸 방사선을 막고 차폐재 외부는 진공 단열재로 감싸 충격에 대비했다. 진공 단열재 외부는 단열재 박스로 한 번 더 감싸 보냉 효과를 더욱 높였다. 연구팀은 기존 냉동 포장에 주로 사용하는 스티로폼인 폴리에틸렌(PE) 폼 대신 내열성이 높고 견고한 폴리프로필렌(PP) 폼을 단열재로 사용했다.
실제 운송시험도 진행해 미국, 폴란드, 일본, 인도에 모두 운송용기가 성공적으로 도착했다. 6일 동안 온도가 유지돼 내용물에 이상이 없었다.
이번 성과로 원자력연에서 생산 중인 소아암 치료제 주사액 해외 판로 개척이 기대된다. 원자력연은 내년 캐리엠아이비지(131I)주사액 대량생산 공정을 도입해 생산량을 약 2.5배 늘리고 수출에 대비할 계획이다. 운송용기만 따로 수출할 계획도 있다.
정영욱 하나로양자과학연구소장은 “이번 운송시험에 성공해 방사성 표지의약품 수출 기반이 마련됐다”며 “국민 건강에 기여하고, 관련 산업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