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환 변호사의 디지털법] 〈38〉영업비밀 사용 추정규정 신설해서 영업비밀 침해 억제해야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

기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가면서 기업의 영업비밀은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중요한 자산으로, 이를 보호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많은 피해 기업들이 실제 사건에서 피해자임에도 과도한 입증상의 부담을 안고 있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영업비밀보호법은 영업비밀 침해 행위를 크게 취득, 사용, 누설의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영업비밀의 취득인데, 이는 사회통념상 영업비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른 경우를 의미한다. 둘째, 누설은 부정하게 취득한 영업비밀을 제3자에게 전달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사용은 영업비밀 본래의 사용 목적에 따라 이를 상품의 생산·판매 등의 영업활동에 이용하거나 연구·개발사업 등에 활용하는 등으로 기업활동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구체적으로 특정이 가능한 행위를 가리킨다. 영업비밀 침해 3가지의 유형 중에서 핵심은 사용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취득 행위나 누설 행위와 달리 사용 행위는 상대적으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이 크고, 법적 대응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영업비밀의 사용 행위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직면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가해자 사용 행위의 비가시성이다. 취득이나 누설 행위는 물리적 증거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입증될 수 있지만, 사용 행위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에 영업비밀이 사용되었음을 직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사용 행위가 가해 기업 내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경쟁사에서 도입된 신기술이나 새로운 제품이 영업비밀을 사용한 결과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는 그 기술이나 제품이 자사의 영업비밀을 기초로 한 것임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입증은 제품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고도의 기술적 분석과 상당한 시간, 비용이 소요되며, 때로는 경쟁사의 협조 없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일본은 영업비밀보호법을 개정해 사용 추정 규정을 신설했다. 2023년 개정 일본 영업비밀보호법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영업비밀 취득 사실을 입증하면, 가해자가 일정한 요건 하에 해당 영업비밀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즉, 가해자가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법적 분쟁에서 피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규정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사용 행위를 입증하지 못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어, 영업비밀 보호나 피해 구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간의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사용 추정 규정을 도입할 필요성이 크다. 현행법은 피해자에게 지나치게 높은 입증 부담을 지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피해자가 충분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사용 추정 규정이 도입된다면, 반대로 가해자가 자신이 영업비밀을 사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바, 이는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억제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피해 기업의 권리 보호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된다. 이로 인해서 기업 환경은 보다 안전하게 바뀌고,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